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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어린이도서관 유레카!!

마하 어린이 도서관을 처음 알게 된 건 MBC 시사 작가로 일할 때다. 2018년 10월, '별별인문학'이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곳으로 방송으로 소개할 땐 '진주에 이런 도서관이 있구나?!' 하는 정도였다. 그러다 2019년 12월. 마하도서관이 폐관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양미선 관장님을 초대해 녹음 방송을 진행했던 인연까지. 그 뒤로도 한번씩 마음이 가서 지나가던 길에 들른 적이 한 번 있었는데, 그 땐 코로나 때문에 잠시 문을 닫았던 걸로 기억한다. 시운이가 예승이가 보고 싶다고 했다. 예전 유치원 친구가 그리웠나보다. 오랜만에 정희언니를 만나기로 했다. 장소는 생각지도 않고 있었는데, 그림책이 많은 곳이고 아이들 작업실이 있어서 언니가 벌써 예약을 했다고 했다. 얘기를 듣고 간 곳이 바로 '..

육아전쟁 2021.03.10

어찌 지나갔나 나의 일주일은 EP.3

'위선자. 그러지도 못할거면서 그런척은!!!!' 며칠간 내가 나한테 퍼부은 욕이다. 에잇! 내가 너무 한심해서, 부끄러워서 참을 수가 없었던 요 며칠이었다. 두번째 기사에서도 밝힌 적이 있는 10년 만에 연락이 온 한 선배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교원' 지부장 격을 맡고 있는 선배가 어느 날 느닷없이 연락이 왔다. 리포터 시절, 선후배 관계로 잘 지내왔던 우리는 속 깊은 얘기를 꽤 잘 터놓는 사이였다. 선배가 일을 그만두면서 한동안 끊겼던 연락이 다시 닿은 건, 2월 초 한 통의 전화로부터 시작됐다. 안부를 전하는 와중에 시운이 이야기가 나왔고, 시운이에게 도움이 될만한 좋은 책을 주겠다는 연락으로 마무리지었다. 받지 말았어야 했다. 처음부터 그랬어야 했다. 옛정은 반가운 인사로 끝냈어야 했다. 공짜로 ..

육아전쟁 2021.03.09

어찌 지나갔나 나의 일주일은 EP.2

다사다난했던 입학식을 무사히 넘기고 나니까 "12시 30분의 하교"라는 시련이 닥쳐왔다. 1시 반 하원을 했던 3년 전 일상이 다시 시작된 거다. 시운이도 힘이 들겠지만, 고스란히 5시까지 가지던 내 일상마저 사라졌다. 내 공간, 내 시간, 내 생각, 내 자유... 어쩜, 세 아이가 엄마가 되어서도 이런 것들을 끝없이 갈망할까. 포기하지 않는 내가 너무 안쓰럽고 가여울 정도다. 금산은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 많다보니, 학생 수도 꽤 많은 편. (바람공간님 글을 읽기 전까진 몰랐던 사실) 1학년만 26명씩 5개반이 만들어졌다. 그러니 '돌봄'도 '방과후과정'도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다. 시운이가 이 두가지 모두 해당하지 않는 이유의 책임은 반은 나에게 있다. 돌봄 교실 신청 기간을 놓친 것이다. KBS ..

육아전쟁 2021.03.08

어찌 지나갔나 나의 일주일은 EP. 1

세 아이의 새학기 주간의 일주일. 백수가 되어 마냥 한량일 것만 같았던 나의 일상은 온갖 스트레스로 엉망진창 시궁창으로 변했다. 너도 나도 적응이 필요했나보다. 피로도가 한계치를 넘어 참 오랜만에 새벽 기상을 한 오늘. 일주일을 돌아보는 글쓰기를 시작한다. 유치원에 입학 시킬 때와는 사뭇 달랐다. 초등학교 입학식 전날 밤은 내게도 긴장의 연속이었다. 챙긴다고 다 챙겼는데도 꼭 빠뜨린 게 나오는게 신기했다. 막내 준비물은 나흘이나 지난 어제가 되서야 챙겨보낼 수 있었다. (막내야 진짜 미안;;;) 셋을 모두 데리고 나와서 "시운아, 지운이랑 여기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하고 집 앞 가정 어린이집에 갔다. 셋째도 담임이 새로 바껴서 인사도 하고 안면을 틔워야 했는데, 왠걸 그럴 시간이 어딨어. 부랴부랴 집..

육아전쟁 2021.03.06

눈부셨던 날들

우리들은 각 방송사의 막내 리포터들이었다. 딱히 잘못한 게 없어도 주눅들어 있었던, 의식적으로 예민한 선배들의 눈치를 보고, 심지어 모든 면에서 잘해야 본전이었던 시절. 기댈데 하나 없는 막내들이 모여서 서로를 의지했던 네 명의 리포터는 10년 전, 여름 휴가 시즌을 앞두고 폭탄 선언을 한다. "이 날부터 이날까지 휴가 다녀오겠습니다." 선배들이 먼저 정하고 남은 일자에 등떠밀듯이 휴가를 다녀와야 했던 막내들의 도발이었다. 얘네봐라?! 심지어 네 명이 전부 일정을 맞춘다고?! 그것도 한꺼번에 3박 4일을?! 선배들의 욕들을 온몸으로 쳐받으며(절대 과격한 표현이 아니다) 제주도 여행을 감행했던 그날의 패기들. 돌아보니 이것도 추억이다. 잘했다. 욕먹었던 건 잊혀졌어도, 최고의 시간을 우리들의 기억 속에 남..

지피지기 2021.03.01

기적의 대청소

이사를 계획 중이다. 44평임에도 방이 3개 밖에 되지 않는 이곳에서 더이상 살 수 없다 결론을 내렸다. 시운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기도 하고, 언제까지 5명이 한 방에서 뒹굴고 잠들 수 없다고 판단했다. 평당 가격만 생각하면 금산내 아파트만한 곳이 없기도 하거니와, 금산에서의 생활이 크게 불편하지 않으므로 옆 단지로 옮기기로 마음을 먹었다. 51평에 복층까지 있으니, 활용할 공간이 많아졌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랄까. 갈 곳을 정해 놓은 것까진 좋은데, 우리 집이 문제다. 인기없는 비확장에 여기저기 애들의 낙서로 가득한, 꺼내놓은 물건들은 오갈데가 없고,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는 이 집을 과연 누가 사겠다! 하겠나. 시세보다 조금 낮추는 걸 감안하고 적정 가격을 중개사한테 제안했다. 어라?! 그런..

지피지기 2021.02.23

데뷔작

갑자기 울컥한다. 우연히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일을 시작했던 2018년 4월, 그때의 현타들이 떠올라서. 첫 원고를 피디와 함께 편성제작국 회의 테이블에서 작성했는데, 너무 진전이 없어서 피디가 한숨을 팍팍 내쉬었던 그 가시방석같던 순간들이 잊히질 않는다. (나는 지금 펑펑 울고 있다....) 그뿐이었나 어디. 5개월도 채우지 못해 메인작가 자리를 내어주고 '쟤는 능력도 없이 어떻게 메인을 하고 있어?' 라는 갖가지 소문에 휘둘리고, 그 자리에 온 메인작가는 경험없는 내 약점을 끈질기게 물어 흔들며 아주 마음 곳곳에 피멍을 들게 하는 말들을 퍼부었던 날들. 과연 이 길이 맞는 건가 몇번을 좌절했었는지... 그 때 들었던 핀잔과 꾸지람, 모욕들을 떠올리면.... 와... 그걸 어떻게 버텼지?! (아직..

작가세계 2021.02.22

사랑의 역사

서울 출장 파크하얏트가 넘 좋았다고 그 기억을 틈틈이 꺼내놓는 내게 어느 날, 남편이 말했다. "호캉스 한 번 해보지 뭐" 의외다. 평소 같으면 '캠핑'이나 '오지체험' 이런 말을 꺼낼 사람이 분명한데, 이상했다. 그냥 꺼내본 말이었는데, 내가 덥썩 물어버린걸까. (내심 또 놀랜 거 아냐?!) '이걸 물어버리네?' 하고 ㅋㅋ 결혼 기념일이 3월 15일인데, 3월에는 뭔가 분주한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아서 일정을 좀 당겼다. 친정엄마에게 SOS를 보내고, 시엄니께도 양해를 구했다. 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라는 얘기에 단 한 마디 군말도 없이 수긍해주셨다. 두 분도 너무 잘 아시기에. 평소 우리는 대화를 나눌 시간이 거의 없다. 돌아가며 묻는 아이들의 질문과 요구를 받아주느라 그렇다. 단 10분만 지켜봐도 안..

오직사유 2021.02.18

집순이 카페

날 집순이로 만든 건 사실, 김선호 말고 하나가 더 있다. 설 연휴 직전에 들인 커피머신. 커피 맛도 모르는 내가 이 비싼 기계를 들인 이유는?! 한 달 전으로 돌아간다. 서울 출장길,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드라 전쟁같은 아침을 보내고 힘겹게 기차에 올랐는데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벗을 수 없어서 그대로 아침, 점심을 굶어버렸다. 1시 30분이 넘어서야 서울역에 내렸고, 촬영까지 마치니까 5시. 한끼도 못 먹은 채 기력이 바닥을 보이던 중 파크 하얏트 5성급 호텔 객실에 비치돼 있던 버츄오 플러스 캡슐 커피는 기적적으로 나를 살렸다. 멈춰있던 심장에 제세동기로 다시 심장을 뛰게 만든 것만 같은 커피. 촬영하는 동안 머리가 지끈거리고 속도 안좋았는데, 그게 밥을 먹지 않아서가 아니라 카페인을 섭취하지 못했..

오직사유 2021.02.16

Stonekeepers

새벽기상을 하면 시작하는 나만의 루틴. 뜨거운 차를 한잔 마시고 (대부분 커피가 되더라만) 유튜브로 듣기 좋은 음악을 재생시킨 후에 다이어리를 점검한다. 어제 적어놓은 해야 할 일을 체크하고 어젯밤 미처 처리하지 못한 일들을 마무리 하고 글요일 멤버들이 남긴 댓글에 댓글을 단 뒤, 글요일 멤버들의 글을 읽는다. '별글' 글을 다듬고 필사도 하고 먼북소리 '책'도 읽고. 마지막으로 '선호하다' 팬클럽에 들러 신나게 선호를 하다보면 아침이 밝아온다. 벌써 20일이 넘었네. 칭찬해 칭찬해. 유튜브로 트는 음악은 그때 그때 달라지곤 하는데, 어제 틀었던 '카페에서 듣기 좋은 음악' 리스트에서 유독 귀에 꽂히는 노래를 발견했다. Stonekeepers 라는 밴드의 . 계속 들어도 적당히 흥이 나는 것이 단숨에 내..

오직사유 2021.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