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세계

데뷔작

어진백작 2021. 2. 22. 07:19

2021년 2월 21일의 기적

 

갑자기 울컥한다. 우연히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일을 시작했던 2018년 4월, 그때의 현타들이 떠올라서. 첫 원고를 피디와 함께 편성제작국 회의 테이블에서 작성했는데, 너무 진전이 없어서 피디가 한숨을 팍팍 내쉬었던 그 가시방석같던 순간들이 잊히질 않는다. (나는 지금 펑펑 울고 있다....)

 

그뿐이었나 어디. 5개월도 채우지 못해 메인작가 자리를 내어주고 '쟤는 능력도 없이 어떻게 메인을 하고 있어?' 라는 갖가지 소문에 휘둘리고, 그 자리에 온 메인작가는 경험없는 내 약점을 끈질기게 물어 흔들며 아주 마음 곳곳에 피멍을 들게 하는 말들을 퍼부었던 날들. 과연 이 길이 맞는 건가 몇번을 좌절했었는지... 그 때 들었던 핀잔과 꾸지람, 모욕들을 떠올리면.... 와... 그걸 어떻게 버텼지?! (아직도 울음이 멈추지 않는다. 심지어 오열 중...ㅠ) 

 

제대로 설욕했다. 

 

내가 쓴 기사가 오마이뉴스 메인 탑보드를 하루종일 장식했다. 네이버 뉴스에도 꽤 오랜시간 헤드라인이 게재됐었다. 그 기쁨을 이제야 제대로 만끽한다. 잘했다. 이제야 '작가'로 불리는 게 부끄럽지 않다. 좀 당당해져도 되겠다. 이 벅찬 마음은 한동안 내 가슴 속 꺼지지않는 불꽃으로 새겨놓을란다. 

 

오마이뉴스에는 수많은 시민기자들이 있다. '별글' 작가 중엔 두 분이나 계신다. 그 분들은 기사가 이백개가 넘는다. 그간의 노하우를 전수해주면서 백작가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며 적극 권유해주셨다. 블로그에 써놨던 글들 중 '천식 이야기'를 선택해 다시 손을 봤다. 빼야 할 내용들은 삭제하고 사유적인 부분은 추가했다. 두 번 정도 다듬어 송고했고, '배치대기' 상태로 5일을 기다렸다. (일단 기사가 '배치대기' 중이라면 그건 기사를 중요하게 다루겠다는 암시란다) 

 

별글 작가중엔 편집기자도 한 분 계시는데, 이번에 그 분의 역할을 제대로 알았다. 거의 모든 기사를 발행이 가능할 수준으로 다듬는 분들이다. 메인 타이틀도 다시 뽑아주고, 문단도 새로 나눠서 문장 곳곳을 수정해준다. 송고한 기사와 발행된 기사를 비교해보니까 더 그렇다. 제대로 열일하시는 분들이다.

 

오마이뉴스에는 단계가 있다. 생나무-잉걸-버금-오름 순인데, 생나무 글은 발행이 안되고, 잉걸부터 원고료가 주어진다. 그런데 내 첫 기사가 '오름'이라니. 이건 절대 흔한 일이 아니라고 용만 선생님께서 먼저 흥분해주셨다ㅋ 그것도 어마어마한 일인데, 전국 메인 탑보드를 장식했다는 것은 더 더욱 축하할 일이라고 하셨다. 정말 기뻐해주셔서 덩달아 신이났다. 

 

이게 머선일이고. 왜?! 코로나 시국에 '천식' 이야기, 소재가 신선해서였나? 필력부분에선 나보다 뛰어난 사람도 진짜 많은데. 아니면 타이밍이 좋았나? 한 후배가 해준 말인데, "나를 방치했었다" 라는 부분에서 공감을 했고 심금을 울렸다고(ㅋㅋㅋㅋ 이건 좀 오바인듯)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는 피드백. 음. 그랬군. 꿈보다 해몽이군ㅋ 

 

네이버 뉴스 댓글 중엔 "만성비염이 치료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안 것만으로도 이 기사를 읽은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는 내용도 있었다. 그렇지. 나도 이 부분이 신선했거든. 만성비염이 치료가 가능하다는 정보를 내포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기사가 가치가 있었을 거란 판단. 음. 맞어. 거기에 현대인의 고충까지 담겨있으니.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든다. 

 

원고료를 떠나서, 조회수를 떠나서 내게 있어 어제는 꽤 역사적인 날로 기록됐다. 이건 명예문제다. 백지혜가 진짜 작가로 데뷔한 날이나 마찬가지다. 갑자기 비장해지는군. 글쓰기를 놓치 않았던 게 이렇게 뿌듯한 결과로 나타날 줄이야. 그런데 지금부터가 또 시작이다. <아이셋워킹맘고군분투> 연재코너다. 이제 1화를 게재했을 뿐. 동기부여가 더 확실해졌다. 별글도, 오마이뉴스도 내 글쓰기를 멈추지 않게 할 충분한 이유가 됐다. (은유작가가 그러던데, '마감'과 '구독자'라는 게 있으면 글쓰기가 더 잘된다고ㅋ) 

 

# 글요일 멤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전한다. 기대하세요. 한턱 쏘겠슴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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