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세계

임경선 작가와의 북토크

어진백작 2021. 4. 26. 07:09

임경선 작가와의 북토크
책 싸인은 은근 기분이 좋다.
눈썹이라도 그리고 갈껄... 

4월 어느 날, 계획대로 순천행이 무사히 이뤄졌더라면, 내 생애 최초의 북토크 작가는 '림태주' 시인이 됐을텐데. 그 영광은 임경선 작가에게로 ㅋㅋㅋ (니가 뭐라고)

 

인테리어 스트레스로 만신창이가 되어가던 내게 임경선 작가와의 북토크 기회가 느닷없이 날아왔다. <평범한 결혼생활>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터라 부산에서 열리는 북토크 소식 피드를 보고 망설임 없이 신청서를 작성. 나를 어필할 수 있는 공간은 단지 '질문 한 줄'이었는데 그것으로 북토크를 할 수 있는 10인에 선정되다니. 이벤트 운이라곤 1도 없이 살던 내게 생긴, 말그대로 이벤트! 였다. 

 

북토크에서 여기 10인을 왜 선정하게 됐는지에 대해 그 기준을 얘기했는데, "작가님, 너무 좋아요! 꺄악 진짜 보고 싶어요~!!!"라는 아부성 멘트는 1차에서 거르고, 이 책에 대한 칭찬이나 과한 평가글도 걸렸다고 했다. 정말 딱, 뒷짐지고 서서 제 3자의 입장에서 담담하게 한 질문을 위주로 골랐다고. 엄청 긴 글들도 제외됐는데, 나는 정말 한 줄만 달랑 썼거든. 

 

"이렇게 정성스럽게 결혼이야기를 써놓고, 왜 절친 요조 씨한테는 '너는 결혼 같은 거 하지마라' 라고 하신 거예요?"

 

그냥 임경선 작가와 어떤 교신이 있었던 걸로ㅋㅋㅋ

 

세련된 서울여자 임경선 작가는 생각보다 키가 작았다. 저 작은 체구에서 당당하고 센스있는 글이 나오는게 신기했다. 게다가 자신의 결혼생활 글을 대담하게 책으로 내다니. (좀 더 적나라하게 쓰고 싶었는데, 자신의 책에 비닐이 씌워지는게 싫었단다ㅋㅋ) 50대를 앞두고 있는 나이, 결혼 20주년이란 걸 깜빡하고 있다가 문득 생각나 한 달만에 써낸 책이 한동안 베스트셀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자신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고.

 

질문들도 재미있었다.

 

- 정말 딱 한 번 이혼을 생각한 적이 있는데, 20년동안 이혼을 떠올려 본 순간은 없었는지? 

- 시댁이야기는 없던데, 왜 그런가?

- 내 개성을 유지하고 싶은데, 고집하다가 배우자에게 상처를 줄까 걱정이 된다. 방법이 있을까?

- 자녀가 없는 남편과의 사이가 어색해서 미치겠어요.

-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다는 생각은 위험한가요?

- 비혼주의자들의 악플은 어떻게 감당할 건가요? 

 

등등등 거의 인생상담 급 ㅋㅋ (실제로 임경선 작가는 카운셀러 경력도 길다ㅋ) 시댁 이야기, 이혼 이야기, 몰래하는 연애이야기 등등 꽤나 수위있는 대화들이 오고 갔고, 2시간 30분이란 시간을 인지할 틈도 없이 작은 북토크는 종료되었다. 

 

세 아이를 다 친정에 맡길 수 없어 시운이 지운이만 데리고 갔는데, 언니오빠엄마가 없는 밤을 갑자기 마주한 막내가 동네 떠나갈 듯이 울어재껴서 그게 감당이 안됐던 시엄니의 불호령이 주말 내내 이어졌다. 자식새끼 두고 친정갔다고. 돌아오지 말라고!!!! (꼭, 아들한테만 불만을 얘기하시는 / 나한테 직접 화는 못내시는 귀여운 시엄니ㅋㅋ) 

 

진영휴게소 30분 포함해서 2시간 30분을 운전해 도착한 부산. 북토크 마친 시간이 10시. 친정에서 잠만자고 후다닥 진주로 돌아온 지난 주말. 일상을 벗어난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던 짧은 여행. 다시 인테리어 마감, 별글 마감의 압박으로 컴백 ㅠㅠ

 

돌아와서 북토크를 회상해봤다. 12년 회사생활에 글쓰기를 15년. 언제쯤 나도 책도 내고 북토크를 진행할 수 있을까? 내일 모레가 40이니까 10년을 꾸준히 쓰다보면 그런 날이 오긴할까? 아직도 세상에서 '사랑'하는 것이 가장 좋고, '연애'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임경선 작가라서 가능한 걸까? 부럽고 또 부럽더라고. 

 

어찌됐던 글쓰기 팁부터 인생 선배에게 듣는 충고까지 유익했으니 그걸로 됐다. 내 남편에 대한 이야기도 굉장히 쓸게 많은데 말이지....ㅎㅎㅎㅎㅎㅎ 13년만 더 살아보고 쓸지 말지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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