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세계

작가가 되는 길

어진백작 2021. 3. 17. 07:28

글쎄. 작가가 되는 길엔 어떤 과정이 필요한걸까? 사실은 나도 모른다. 내가 국어국문과나 창작 문예과를 졸업한 것도 아니고, 구성작가 아카데미를 다녔던 것도 아니며, 작가 수업을 따로 받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책'이란 걸 가까이 한지도 얼마 안되었다.) 작가라는 타이틀도 아직 낯선데, 내가 작가 되는 길을 어떻게 알겠나.

 

그런데, 작가라는 명함을 달고 보낸 지난 3년 간의 시간이 절대 헛되지 않았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넘어지고 엎어져 무릎에서 피가 철철 나고 거의 매일 밤을 엉엉 울었다고 비유해도 과하지 않다는 거. 

 

아이템 선정, 자료 수집과 같은 작업만 주구장창 했던 시간들을 보내면서 글 쓰기 전 기초작업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았고, 또 어떤 문장들로 원고를 완성해야 하는지 밤새 머리를 쥐어 뜯어보기도 했다. 어디 그뿐인가. 내가 쓴 원고가 얼마나 형편없는지 다른 원고와 비교해하면서 수없이 좌절도 맛 봤고, 누군가의 날카로운 피드백으로 자존심이 땅에 떨어진 것도 모자라 지하 암반수를 뚫는 깊이 만큼 떨어져 본 적도 셀 수 없이 많다. 매일 같이 읽었던 잘 쓴 기사와 잘못 쓴 기사, 그리고 그 원고의 글들이 진행자의 입에서 나왔을 때, 그러니까 누가 다시 읽었을 때 글이 자연스러운지, 부자연스러운지를 귀로 체크하고 다시 종이로 확인하는 작업을 라디오 구성작가로 일할 때 경험했다. 

 

길진 않았지만 영상 구성작가의 경험치 또한 내겐 소중했다. 이 화면과 다음 화면을 자연스럽게 잇는 브릿지 멘트들은 철저하게 논리적이어야 했다.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는 내용은 굳이 글자로 다시 보여질 필요가 없고, 내용도 함축적이어야 하며, 그 모든 과정은 기승전결에 걸맞게 순서를 지키고, 그 안에서 굉장히 창의적인 전략으로 빛나야 한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내 눈, 내 귀, 내 손, 내 머리, 내 마음에 새겨진 것들. 그래서 잊히지 않는다. 그렇게 체득된 것들이 집약된 글쓰기를 하고 있는 요즘,참 즐겁다. 그 재미들이 모여 행복을 충전시킨다.

 

최근 들어선 부산여성가족개발원에서 의뢰가 들어와, 글 한편을 써서 송고했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에서 발간하는 '여성 우리' 라는 계간지에 실린다고 했다. 이번 호의 주제가 '비혼과 출산, 낙태'에 관해서 였는데, 셋째를 가졌을 때 폭풍같이 휘몰아쳤던 내 이야기를 '현장 목소리' 코너에 실었다. 그 때의 감정을 담아내느라 쓰면서도 눈물이 줄줄줄... 크게 편집, 수정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메일링 서비스 '별글'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글욕'(글쓰기 욕심)이 대단하다. 끊임없이 쓸 거리를 올려준다. 한 달 간 쉬고 5월 다시 발행하기로 한 '별글 시즌 3'의 주제가 정해졌고, 오마이뉴스 기사거리 주제도 연달아 올려주는데... 신난다. 쓸거리가 많아져서 부담을 느낀만도 한데, 좋다! 나도 '글욕'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정성스럽게 글을 써서 그 글이 누군가에게 읽혀지고, 함께 공감대를 만들어 가는데 뿌듯함을 느낀다. 그것은 성취감으로도 이어져 '내가 살아있음'을 만끽하게 해준다. 살려고 글을 쓴다는 은유 작가의 말이 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오뚜기 푸드 에세이에 응모했다. 감히 1등을 노리진 않고, 도전하는데 더 큰 의미를 둔다. 당선이 안됐다고 해서 낙담할 필요가 없다. 결과보단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데 나름대로 보람을 느끼면 그만인 것. 다음 주에는 <좋은 생각>에서 주최한 '생활문예대상' 발표가 있다. 결과를 기대하는 설렘도 충분히 즐길만 하다.   

 

작가가 되는 길. 절대 쉬운 길이라고 얘기할 순 없지만 이제 어느 정도 보이는 것 같다. 달려온 것 만큼만 즐기다보면 언젠간 더 나은 작가가 되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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