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전쟁

어찌 지나갔나 나의 일주일은 EP. 1

어진백작 2021. 3. 6. 06:27

시운이도 한껏 긴장됐던 입학식이었나보다

 

세 아이의 새학기 주간의 일주일. 백수가 되어 마냥 한량일 것만 같았던 나의 일상은 온갖 스트레스로 엉망진창 시궁창으로 변했다. 너도 나도 적응이 필요했나보다. 피로도가 한계치를 넘어 참 오랜만에 새벽 기상을 한 오늘. 일주일을 돌아보는 글쓰기를 시작한다. 

 

유치원에 입학 시킬 때와는 사뭇 달랐다. 초등학교 입학식 전날 밤은 내게도 긴장의 연속이었다. 챙긴다고 다 챙겼는데도 꼭 빠뜨린 게 나오는게 신기했다. 막내 준비물은 나흘이나 지난 어제가 되서야 챙겨보낼 수 있었다. (막내야 진짜 미안;;;) 셋을 모두 데리고 나와서 "시운아, 지운이랑 여기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하고 집 앞 가정 어린이집에 갔다. 셋째도 담임이 새로 바껴서 인사도 하고 안면을 틔워야 했는데, 왠걸 그럴 시간이 어딨어. 부랴부랴 집어 넣다시피 하고 서둘러 나와버렸다.

 

시운이와 둘째 지운이의 입학식 시간이 같았다. 그런데 하나는 금산이고, 하나는 칠암동인게 문제였다. 마음이 급해 죽겠는데, 걸음이 아직 재빠르지 못한 지운이 손을 끌고 시운이 학교로 걸어갔다 와야만 했다. 5분 거리라는 게 천만다행 이었다. 하지만 어리둥절한 시운이와 더 어리둥절한 지운이를 데리고 다녀오는 길은 훨씬 오래 걸렸다. 

 

준비한 건 새 책가방이 전부였던 시운이의 입학식. 망할놈의 코로나 때문에 학부모들은 교실에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끝이났다. 시운이를 들여보내고 초조한 마음으로 학교 건물 입구에서 한 1분?! 눈을 떼지 못했다. 한껏 숨을 들이 마시고 발끝을 들어 목을 최대한 뽑아 제각기 높낮이가 다른 학부모들의 머리사이를 요리조리 살폈다. 그렇게 시운이가 사라지는 모습을 확인한 후 얼른 그 혼잡한 곳을 곳을 빠져나왔다.

 

시운이를 초등학교에 보내고, 나도 처음 학부모가 되는 이상한 기분을, 그 신기한 경험을 여운으로 남기지 못한 채 재빨리 빠져 나온데는 이유가 있었다. 남편 ('망할 놈의'라고 한 번 더 표현을 써야 하는데! 참는다)때문이다. 원래라면 남편이 출근길에 지운이를 데려다 주고 입학식에 참석해야 했었다. 그런데 어머님 유방암 정기 검진이 2년마다 있는데, 6개월 전에 예약한 검진일이 하필 오늘이었던 것. 3월 2일이 입학식이 될 줄은 몰랐다는 걸 변명이라고 내놓는데... 나 혼자 세 아이와의 사투를 벌일 생각을 하니까 짜증이 났다. 전날 저녁부터 나답지 않은 화풀이를 퍼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 8시가 넘도록 일어나지 않는 저 작자를 그 날 나는 진짜 '죽이고' 싶었다. (눈치가 없는건가, 강심장인건가)

 

시운이를 10분 일찍 들여보내고 지운이 유치원으로 차를 타고 이동했다. 누나 학교에 걸어갔다 오느라 얘는 벌써 다리가 아프다고 징징댔다. 차를 타고 25분은 더 가야하는데- 지운이는 오늘 등원길이 얼마나 길었을까. 10시까지 맞춰가느라 마음이 조급해졌다. 평소보다 속도를 조금 더 냈고, 시속 50키로만으로도 충분할 진주 강변길을 카레이서 마냥 요리조리 다른 차들을 앞서 나갔다. 드디어 골인. 입구에서 이름표를 찾아 목에 걸어주고 엉덩이 토닥, 한 번 꼬옥 끌어안아주고 들여보냈다. 

 

'휴우......' 고르지 못했던 한 숨을 크게 내쉬었다. 남편을 향한 분노도 일단 삭혔다. 6개월 전이었으니까 생각못했을 수도 있지. 그래.... 아니야. 그럼 미안하다고 했어야지?!?!?!? 그걸 표현하지 못해서 몰랐다고 하는 변명을 하며 당황을 해?!?!? 으휴. 시운이가 11시 50분에 나온다고 했으니까, 딱 1시간 남았네. 난장판으로 해놓고 나온 집으로 들어가기가 싫었다. 들어가면 그 1시간동안 혼자 집청소를 할 것이 뻔했으니까. 그래서 간 곳이 진주문고 혁신점. 

 

3월 2일, 내 마음의 도피처가 된 곳. 생겨줘서 감사할 따름이었다.

 

좋아좋아. 한적하다기 보다 휑한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아직 정상 작동하지 않는 에스컬레이터를 걸어 올라간 어반스퀘어 1층. 그 넓은 곳 중간에 굳건히 자리 잡은 진주문고. 이제 평거동까지 가지 않아도 되겠구나. 엠비씨점은 가기 싫다. 예전 직장 동료들을 보는 것이 영 불편해서. 그래서 더 좋아. 혁신점. 작지만 알차게 구성돼 있던 곳. 평소 사고 싶었던 책들을 고민없이 턱턱 골랐다. 아기자기한 문구류까지 구경하고서야 폰을 확인.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 남편이었다. 일부러 안받은 게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네?! 초조하게 만들었네?! 훗. 쌤통이다. 

 

 

괜한 분풀이를 책 구매로 해소했다. 근데 다 사고 싶었던 책이긴 했다. 

 

오늘에서야 사온 책들을 제대로 살펴봤다. 계산서도 그제야 보인다. 어떡하지?!?!??!?! 나 백수됐는데ㅋㅋㅋㅋㅋ 이거 어떻게 메우지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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