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전쟁

셋째는 우주입니다

어진백작 2021. 2. 10. 06:55

어린이집 선생님이 시켜서 한 듯한 이쁜짓

 

천하무적. 우리집 실세. 애교의 절정. 그 어떤 수식어도 이 아이의 사랑을 모두 담을 수 없는, 우리 집 막내. 채운이. 채운이를 낳은지 벌써 2년이나 됐다니. (너가 태어났다는 표현은 쓰지 않을란다. 모든 것이 내 중심이다 촤하하하하하) 

 

뭔가 프로같았던 셋째의 출산. 놀랍게도 그 큰 트렁크를 끌고 나 혼자 병원엘 갔다. 남편이 무심했던 게 아니라 남편은 첫째 둘째 등원을 해야 하니까. 친정엄마도 내가 병원에 들어가고 난 뒤 진주로 출발했다. 그만큼 용기 충만했기 때문에 전혀 서운하거나 이해가 안되거나 그러진 않았다. 세번째지 않나. 충분히 엄마인 나는 강했다. 

 

둘째 출산을 봐주셨던 담당 선생님도 편안하셨고, 채운이 또한 건강했다. 우린 그렇게 모든 것이 준비된 채 막내를 맞이했다. 하반신 마취 주사만 맞았기 때문에 셋째 울음소리도, " 어~ 또운아 반가워! 선생님, 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말하고 쿨하게 잠들었던 수술실의 기억까지 또렷히 기억한다. 

 

막내의 존재를 알게 됐을 때만 충격과 3개월밖에 안되는 출산휴가를 마치고 복귀시 회사 문제만 제외하면, 막내가 준 행복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모든 엄마들에게 '둘째는 사랑입니다' 라는 공감대가 있다면, 다둥이엄마에게 '셋째는 우주입니다' 라는 비공식적 명제가 있다. 넷째는 뭘까....? (앗, 궁금해하지 말자. 워이! 워이!!)

 

시운이가 12월 29일 생. 지운이가 11월 21일 생. 겨울생의 설움을 모두 떨쳐낼 수 있는 채운이의 탄생은 같은 겨울이지만 2월. 영유아 검진을 가서 뿌듯해 하는 엄마들 마음도 경험하고(상위 10% 이내 든거 완전 감격), 언니 오빠를 졸졸졸 쫓아다니면서 자연 체득하게 된 언어 속도는 뭐 말해 뭐해. 이제는 "잘타지?" "놀랐지" "오빠가 뺐었어요" "아빠가 없어요" "도와줘" "고마워" 왠만한 말들을 다 할 정도니까. 뛰어난 다른 또래들도 많겠지만, 시운이 지운이 성장 속도에 비하면 5G급이니... 그 만족도는 어마어마어마어마어마어마아아아.

 

뭔가에 자꾸 목말라하는 내 욕심을 생각하면 아이가 셋인 것이 꼭 발목을 잡을 것 같지만 사실 그것도 내 생각일 뿐. 얘네들한테서 받는 힘? 원동력도 상당하다(이미 다들 느끼고 있겠지만). 이 또한 더 나은 나를 만들어가는 자양분이 될 것임을 알기에. 

 

최근, 쉬어감을 받아들이는데 허한 마음을 달랠길이 잘 보이지 않았었는데, 셋째의 재롱을 시간에 업무에 쫓기지 않고 마음 편히 즐길 수 있어서 좋다. 하원을 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날 반기는 셋째 표정을 볼 수 있어서 만족한다. 다 나열하지 못할만큼 막내는 시시각각 다른 선물을 안겨준다. 말로 설명하지 못한 것들을 최대한 글로는 설명할 수 있도록 엄마의 능력을 좀 더 키워야겠다. 

 

막내야, 이쁜 막내야. 엄마에게 온 걸 후회하지 않도록 할께. 여러 번 얘기했지만, 태어나줘서 너무 고마워. 사랑한다는 진부한 표현도 아까워. 오래오래 행복하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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