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전쟁

어찌 지나갔나 나의 일주일은 EP.2

어진백작 2021. 3. 8. 07:14

시운이의 첫 자전거

다사다난했던 입학식을 무사히 넘기고 나니까 "12시 30분의 하교"라는 시련이 닥쳐왔다. 1시 반 하원을 했던 3년 전 일상이 다시 시작된 거다. 시운이도 힘이 들겠지만, 고스란히 5시까지 가지던 내 일상마저 사라졌다. 내 공간, 내 시간, 내 생각, 내 자유... 어쩜, 세 아이가 엄마가 되어서도 이런 것들을 끝없이 갈망할까. 포기하지 않는 내가 너무 안쓰럽고 가여울 정도다. 

 

금산은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 많다보니, 학생 수도 꽤 많은 편. (바람공간님 글을 읽기 전까진 몰랐던 사실) 1학년만 26명씩 5개반이 만들어졌다. 그러니 '돌봄'도 '방과후과정'도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다. 시운이가 이 두가지 모두 해당하지 않는 이유의 책임은 반은 나에게 있다. 돌봄 교실 신청 기간을 놓친 것이다. KBS 일로 정신이 하나도 없을 때, 미친듯이 바빴던 딱 그 일주일- 한 번의 연락이 있을 법도 한데,,,, 가입학 날 나눠준 알림장들에 분명 있었는데, 신경을 못썼다. ㅠ (남편을 보내지 말아야 했었나?!) 신청기간을 그렇게 허무하게 보낸 순전히 내 잘못으로 시운이 하교가 빨라진 것. 

 

방과후 과정은 또 어떻게?! 돌봄 신청을 놓친 것을 뼈아프게 뉘우치고 있던터라, 완전 열심히. 알람 설정도 뙇! 해놓고 막. 늦지 않게 신청을 마쳤더니 헐. 신청자수가 많아서 추첨을 했고, 시운이는 후추첨으로 순위가 밀려나있던 거. 실화냐. 추첨을 직접 하는지 안하는지 알수도 없는 상황에서 밀려날까봐 서둘러 땡! 하자마자 클릭질도 열심히 했는데, 그거 다 헛수고였다고?! 믿을 수 없었다. 허공에다 대고 한숨을 내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래. 그럼~ 이왕 이렇게 된 거. 알차게 보내자. 그럴려고 일도 그만둔 것이 아니냐. (내 의지는 아니었지만) 사실 지운이와 채운이가 함께 있어서 못했던 것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시운이와 단둘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이렇게나마 만들어졌으니, 여태 못했던 한글공부와 갖가지 해야할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 보자. 라고 다짐하는데 무려 일주일이나 걸렸다. 어차피 내 시간은 새벽시간으로 충당하고 있으니 됐다. 조금 적응이 된 것 같다 싶으면 시운이가 하고 싶다고 하던 미술이나 시켜봐야지. (나는 음악학원을 다니게 해달라고 할 줄 알았는데...의외다) 

 

카니발에 시운이 첫 자전거를 실어놨다. 어디든 가서 달리고 싶다고 할 때 꺼내주려고. 해가 질 때까지 유치원에 매여있던 아이가 오후 내내 햇살 받으며 밖에서 뛰어노니까 얼마나 좋아하던지... 저 날은 저렇게 자전거를 타고 2시간을 놀았는데도 모자랐는지, 동네로 돌아와서도 5시가 넘도록 놀이터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뛰어 놀기를 좋아하는 시운이를 5시까지 방과후로, 돌봄으로 학교에 가둬놓지 않은 건, 잘한 일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려면, 내 체력이 받쳐줘야 하는데... 그래야 될텐데... 오늘은 시운이를 데리고 어딜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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