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사유

집순이 카페

어진백작 2021. 2. 16. 13:20

큰 맘 먹고 들인 커피 머신 네스프레소 버츄오 플러스 화이트
주옥같은 색깔의 버츄오 캡슐 커피들
우유거품 가득한 라떼 한잔

 

 날 집순이로 만든 건 사실, 김선호 말고 하나가 더 있다. 설 연휴 직전에 들인 커피머신. 커피 맛도 모르는 내가 이 비싼 기계를 들인 이유는?! 한 달 전으로 돌아간다. 

 

 서울 출장길,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드라 전쟁같은 아침을 보내고 힘겹게 기차에 올랐는데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벗을 수 없어서 그대로 아침, 점심을 굶어버렸다. 1시 30분이 넘어서야 서울역에 내렸고, 촬영까지 마치니까 5시. 한끼도 못 먹은 채 기력이 바닥을 보이던 중 파크 하얏트 5성급 호텔 객실에 비치돼 있던 버츄오 플러스 캡슐 커피는 기적적으로 나를 살렸다. 멈춰있던 심장에 제세동기로 다시 심장을 뛰게 만든 것만 같은 커피. 촬영하는 동안 머리가 지끈거리고 속도 안좋았는데, 그게 밥을 먹지 않아서가 아니라 카페인을 섭취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걸 깨닫는 순간. 아... 지금껏 '천식'만 얻은 게 아니라 '카페인 중독'까지 얻은 저주받은 몸뚱아리였구나... 커피 한 잔에 너무나도 말짱해진 나를 발견한 그 날은 저 기계 따위에 대한 믿음지수가 정점을 찍은 날이었다. 

 

 일이 바빠서 한참을 까먹고 있던 어느 날, 마지막 촬영을 간 촬영지에서 또 마주한 저 기계. 이번엔 저 머신 주인이 친절히 설명까지 하고 나선다. "커피 맛 괜찮죠? 캡슐 하나에 890원 밖에 안해요. 나가서 마시면 5천원은 그냥 깨지잖아요." 금전적인 이유를 든 설득에 홀라당 반하게 만든 버츄오. 검색을 해보니 기존의 네스프레소 기계보다 훨씬 더 스마트한 기능들이 더해져 만족도가 꽤 높더랬다. 한단계 위엔 버츄오 넥스트도 있는데, 그건 블루투스로 원격 조정까지 가능하더라만... 뭐, 그것까진 필요없을 것 같아 패스. 

 

 나는 라떼를 좋아하는데?! 우유거품은 어떻게 만들지?!?! 같은 고민을 하던 사람들이 많았다. 그 분들의 블로그를 참고해 가성비 갑인 '샤오미' 제품을 샀다. (승훈 샘이 산 그 제품이 맞다) 버튼하나로 쫀득쫀득한 거품이 만들어지고 따땃하게 데워지기까지 한다. 기계를 구매하고 웰컴기프트로 온 12가지 맛 중에 하나를 골라 라떼를 만들었다. 시럽만 없을 뿐, 시중에 파는 커피와 똑같은 것만 느낌적인 느낌?!?! 우유가 많아봤자 150m인데, 그럼 2000원도 안되는 가격으로 라떼 한 잔을 집에서?!?!? 완전 대만족. 

 

 사실 커피맛은 잘 모른다. 마시기에 무리가 없다면 내게는 다 같은 커피다. 입맛이 까다로운 남편이나 커피를 따지지, 내게는 커피보다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좋았던 거고, 그곳에 앉아있는 나의 휴식이 달콤했던 거였다. 그렇다면?! 890원의 행복은 찐행복. 커피 한 잔 들고 얼마 전 남편 방에 둥지를 튼 책상으로 출근해 글을 쓰고 음악을 듣고 마음을 다독인다.

 

 버츄오. 내가 집순이가 된 두 번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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