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사유

마지막 퇴근길

어진백작 2021. 2. 6. 07:38

마지막 퇴근길 차표

 

팀원들과 팀장과의 불화가 최고조로 치닫았던 지난 주와는 사뭇 다른 송별회였다. 느닷없이 새 팀장이 배정이 되고, 2년 간 자리를 지키던 원래 팀장도 함께 보내는 자리였다. 

 

KBS가 전국적으로 SNS 팀의 힘을 빼는 추세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나마 잘 운영을 하던 광주KBS는 실제로 팀을 해체를 시켰고, 자체 제작으로 승부를 보고 있던 우리 팀도 '리얼리즘R'을 폐지하고 팀장을 교체하면서 사실상 SNS에 대한 관심도를 줄였다. 큰 그림에서보면 이 같은 배경이지만, 결국 나는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해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기분이 썩 좋진 않다. 

 

치열하게 내 자신과 싸우는 시간이 많았던 8개월이었다. 또 다시 새로운 세계로 발을 들이고, 배우고, 깨지고, 다치고, 깨치고. 제대로 실력을 펼치기도 전에 팀이 와해되는 이 상황이 안타까워 마무리 하는 내내 한숨이 쉬어졌다. 어떻게 마음먹은 구성작가 자리였는데... 영상 문법이나 유튜브스러운 장치들을 이제 막 눈에 넣기 시작했는데... 이제 뭘 좀 해볼 수 있겠다 자신이 막 들려던 참이었는데... 

 

술이 취하면 울 것 같아 애써 자제했던 송별회였다. 아쉬운 마음은 팀원들과의 2차 술자리에서 웃음으로 풀었다. 그리고 뜻밖의 외박으로 남편의 꾸지람을 덤으로 얻었다. 젠장. 

 

당분간 마음 정비 기간이 필요하다. 잠시 쉬어가는 단계를 받아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다.  무엇이든 다시 시작하겠지만, 어떻게든 또 연이 닿아 '일'이란 걸 하고야 말겠지만 좀 쉬어가자. 그렇게 숨을 고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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