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장갑을 끼지 않고 설거지를 하다가 언제 깨졌는지도 모를 유리반찬통에 슥- 베였다. 베이는 느낌을 정확히 알아차릴 정도여서 상처의 길이도 깊이도 눈으로 확인되었다. 피가 제법 나길래 밴드를 찾았는데, 제대로 된 밴드가 없었다. 급한대로 찾은 것이 화려한 공룡메카드 밴드. 쯧쯧쯧. 내 것이 없는 우리 집이라니. 일반 밴드 조차 갖춰지지 않은 집이라니... 부지런하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자책으로 이어진다. 얼마 전 일이다. 간단한 장을 보러 가기 위해 외출 후 남편과 함께 마트로 이동하던 중, 내가 물었다. "집에 마늘 있어?" "있을껄? 아니다. 있다. 그런데, 이건 내가 물어야 될 질문 아냐?" "누가 묻는가가 여기서 왜 중요해?" "아니... 내가 알고 있고 당신은 모르고 있는게 너무 자연스러워서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