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

새벽기상과 커피 한 잔이 하루에 미치는 영향

어진백작 2021. 3. 13. 06:56

미라클모닝 챌린지 달성!
인증샷들은 손을 씻는 세면대와 그 날 적은 긍정의 말을 남겨야했다.

 

1월 어느 날 느닷없이 시작된 나의 새벽기상이 2달을 채워가는 중이다. 몰랐는데, 챌린저스(언젠가 승훈샘이 얘기해준 적이 있다)라는 어플을 사용하면 상금도 준다는 얘기에 이왕 일찍일어나는 거 한 번 이용해 볼까?! 해서 2주치 도전 했는데 상금이 1800원 ㅋㅋㅋㅋㅋㅋ (만원이 아니라 더 큰 금액을 걸면 상금도 많아지는 건가?!.....) 나름 쏠쏠해서 기분좋게 마무리했던 기억이. 지금은 '책읽기' 참가 중인데, 하루에 책은 꾸준히 읽고 있으니, 이것도 거저먹기로 달성해 가는 중. 

 

새벽 기상이 내 몸에 아직 완전히 자리 잡은 건 아니다. 더구나 최근엔 첫째 아이의 신학기 스트레스로 정신관리에 문제가 생겨 컨디션이 뒤죽박죽이 되다보니 여파가 있었다. 밤 9시에서 10시 사이에는 잠이 들어야 하는데, 10시 30분을 넘기면 4시 30분 기상이 힘들어진다. 남편과 학습전략에 관해 얘기를 나눈 밤 다음 날엔 결국 아침이 바빠졌었다. 늦게 일어나면 꼭 아침이 바쁘다. 그럼 결국 세 아이들에게 '고성'을 지르게 되고, 기분 나쁜 아침을 맞이하는 셈. 이래선 안된다. 느긋하게 시간을 가지고 아이들을 깨우고 준비를 시켜야 한다. 

 

 

글쓰기를 마치고 7시가 넘어 주방에 나와 있으면 아이들이 하나 둘씩 일어나 달려온다. 진한 포옹과 뽀뽀세례를 마치고 난 후 아침 준비를 한다. 엄마가 부지런을 떠니까 어느 날은 아이들도 식탁으로 올라와 저런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절대 시킨 것이 아님에도 책을 펴고 지네들끼리 대화를 한다. 크으.... 엄마가 달라져야 아이들도 달라지는 구나. 느낀 바가 크다. 감격해서 찍은 사진. (좋아! 아주 자연스러웠어! ) 제일 늦게 일어나는 사람은 남편이다. 남편은 늦으면 새벽 3시까지 자기 시간을 즐긴다. 그래그래 즐기는 건 좋아. 그런데 8시 30분엔 집에서 나가야 하는데, 8시 10분 기상은 좀 아니지 않나? 아빠가 누워있으니 저랬던 아이들도 요즘엔 자꾸 늑장을 부린다. 역시 엄마아빠는 손발이 맞아야 하는건데... ㅉㅉㅉ (잘근잘근 글자로 남편 욕하는 중)

 

그제 밤엔 둘째 지운이가 졸리고 배가 고파서 내는 짜증에 내가 폭발했다. 마트에서 자기가 사달라는 딸기와 방울토마토, 오이, 음료수까지 사줬는데, 마지막 나오는 길에 삶은 옥수수를 안사줬다고 승질을 냈다. 저 자식이.....!!!!! 한 템포 참고 달래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오이를 깎아서 자기한테 하나를 통째로 주지 않고 두 동강을 냈다고 2차 승질을 내더라.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제법 구체적으로 반항을 하는 둘째가 요즘 가장 나를 힘들게 한다. 두번째 짜증들을 견디지 못하고 나는 화를 냈다. 그런식으로 행동할 거면 밥을 먹지 말라고 했고, 식탁에서 물러나라고 경고했다. 세 아이 저녁을 먹여야 하는데 하나라도 저리 굴면 나는 감당할 수 있는 에너지가 급격하게 소진되므로 밥상머리 교육은 철저해야 한다는 나름 내 교육관을 지키려 애를 썼다. 결국 둘째는 울면서 할머니 방에서 잠이 들었다. 

 

오랜만에 큰 화를 내서 몸이 힘이들었나 보다. 다음 날 아침엔 새벽 기상을 하지 못했다. 7시 넘어 일어났고, 오전 내도록 편두통에 시달렸다. 인테리어 사장님과 이사할 집을 방문하고 실시간으로 오는 진주 상대동 목욕탕 발 코로나 문자가 빗발치는 통에 내 두통은 더 심해졌다. 직감적으로 알았다. 근 두 달 가까이 새벽기상을 하면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없었기 때문이었다는 걸. 이 카페인 중독자! 시운이가 하교를 하기 전 진한 커피를 한 잔 내려 마시고 30분을 꼼짝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있었더니 겨우 나아졌다. 아침 루틴의 시작이 꼬이면 하루가 고생스럽다는 걸 몸소 깨달은 날이었다.

 

하나라도 어긋나면 망가지는 경험을 했으므로, 이제는 내 몸이 먼저 반응한다는 걸 알았으니. 새벽기상은 꼭 지켜야 하는 숙제가 됐다. 커피 한 잔이 주는 카페인으로 또 하루를 버텨야 한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내 컨디션까지 챙기려니까 '이 고생을 왜 사서하나...' 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드는 것이 문제다. 오마이뉴스 다다음 기사엔 이 내용을 주제로 한 번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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