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걸 무척 좋아한다. 특히 술이 그득하게 취했을 때 더 그렇다. 또각또각 구두 소리만 들릴 때, 혹은 나란히 누군가와 말 없이 걷는 것도 좋다. 많은 것을 생각하지 않고 오직 그 걸음에만 집중하고 있는 내가 좋다. 이건, 운동할 때 걷는 것과는 다르다. 다급하게 무언가를 쫓아 걷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의 여유와 함께 시간을 벗어나 걷는 것 같은 느낌이라 말하고 싶다. 얼마 전 딱 걷기 좋은 산책길을 발견했다. 와룡생태공원?! 듣도 보도 못한 큰 친수공간이 우리 동네에 있다는 걸 얼마 전에야 알았다. 남강의 물줄기가 최소한만 정비된 이곳을 끼고 옆으로 흐른다. 몇 번이나 잠겼던 곳이었는지, 내 키의 서너 배나 되는 큰 나무를 따라 덩쿨줄기가 꽈배기를 연상시키듯 꼬여 올라가 있고, 곳곳에 늪지와 생활 쓰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