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정아란 가수를 처음 알게 된 건 정키 앨범에서였다.
허스키한 보이스만으로 승부를 걸만큼 인상깊은 목소리에 바로 매료됐었다.
그냥, 그 정도로만 알고 있던 이 가수에게 진짜 빠지게 된 건,
우울증으로 심리적 사경을 헤맸던 9월 어느 날, 우연히 듣게 된 노래 '도망가자' 때문이었다.
도망가자
어디든 가야 할 것만 같아
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아
괜찮아
우리 가자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대신 가볍게 짐을 챙기자
실컷 웃고 다시 돌아오자
거기서는 우리 아무 생각말자
너랑 있을게 이렇게
손 내밀면 내가 잡을게
있을까, 두려울 게
어디를 간다 해도
우린 서로를 꼭 붙잡고 있으니
너라서 나는 충분해
나를 봐 눈 맞춰줄래
너의 얼굴 위에 빛이 스며들 때까지
가보자 지금 나랑
도망가자
멀리 안 가도 괜찮을 거야
너와 함께라면 난 다 좋아
너의 맘이 편할 수 있는 곳
그게 어디든지 얘기 해줘
너랑 있을게 이렇게
손 내밀면 내가 잡을게
있을까, 두려울 게
어디를 간다 해도
우린 서로를 꼭 붙잡고 있으니
가보는 거야 달려도 볼까
어디로든 어떻게든
내가 옆에 있을게 마음껏 울어도 돼
그 다음에
돌아오자 씩씩하게
지쳐도 돼 내가 안아줄게
괜찮아 좀 느려도 천천히 걸어도
나만은 너랑 갈 거야 어디든
당연해 가자 손잡고
사랑해 눈 맞춰줄래
너의 얼굴 위에 빛이 스며들 때까지
가보자 지금 나랑
도망가자
오열과는 너무 어울리지 않을 시간, 오전 9시.
그 때 눈물을 펑펑 쏟게 만든 이 노래를 부른 가수가 선우정아였다는 것은
뭔가 내게 운명적인 충격?! 가슴이 미어지다 못해 으스러질 것 같은 느낌?!
아 말로는 설명이 다 안 된다. (이럴 때 정말 답답하다 글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내가 너무 바보같다)
다 놓고, 어디로든 정말 무작정 도망가고 싶었던 올해 가을,
이 노래는 그런 내 불타는 마음에 기름을 들이부었고,
그 마음이 쉬이 가라앉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는 내게
소울메이트 수현이가 이 노래를 직접 불러주면서 일단락 됐다는...
내 인생에 어마어마한 일화를 만들어 준 노래다.
좋은 가수를 너무 늦게 알았다.
자기 노래에 진심을 담지 않은 가수가 어디있겠냐 만은,
'도망가자' 란 노래는 가수의 진심, 그 이상의 감정을 전달 받았다.
모른다면 꼭 한 번 들어보길 바란다.
그런 선우정아가 진주에 왔다.
몇 달 전 진주국제재즈페스티벌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 때부터 예매해야지!! 다짐다짐을 했었는데, 이 무대를 라이브로 즐기지 못하다니...
코로나가 참 몇 안되는 행복까지 싸그리 앗아가는 것 같다.
그래도 유튜브로 시청한 생중계가 나쁘진 않았다.
무대 세트가 엉망진창이었어도, 진행이 아무리 촌스러웠어도,
선우정아의 라이브는 그 악조건들을 모두 이겨낼만큼 훌륭했다.
이렇게 라이브가 강한 가수였나, 오랜만에 푹- 빠질 수 있는 노래와 가수가 생겨서
사실 지금 너무 행복하다. (원래가 이렇게 단순하다)
구애, 뱁새, 고양이, 비온다, 뒹굴뒹굴, 비온다...
제목들도 친근하면서 신선하고 막-
12시까지 재방 가능하다고 해서 몇 번을 돌려 들었는지...
오늘 잠은 다 잤다. 이제 원곡들을 들으러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