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

알러지의 여파

어진백작 2020. 12. 30. 01:06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이란 어떤 환경일까. 미세먼지 하나 없는 세상에서 살게 하고픈 부모 마음은 모두가 같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그것은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되어 버렸다. 아토피와 같은 피부 질환, 비염과 같은 알러지 반응 없는 아이는 그야말로 행운. 우리 아이들도 둘째를 제외하고는 나와 비슷한 비염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코가 자주 막히고 입으로 숨을 쉬면서 구강구조까지 변했던 나다. 콧물이 흐르는 날도 많고 숨 쉬는 게 원활하지지 않으니까 자연스럽게 집중력도 떨어졌다. 잠도 깊이 들지 못했을 것이며 충분히 자지 못했으니 다음 날 수업시간에도 지장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 돌이켜보니 내 학창시절이 그랬다. 알러지 비염 하나가 많은 것에 영향을 미쳤다. 

 

환절기만 되면 증상이 도드라졌다. 코맹맹이 소리를 잡지 못해 방송을 앞둔 시간엔 뜨거운 물을 들이키는 내 몸에 학대까지 이어졌다. 콧물을 멈추지 못해 당황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아찔했던 기억은 대부분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때,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때 심해졌다. 두 시간 동안 스튜디오 안에서 진행을 해야 했던 2014년 여름엔 스튜디오에 에어컨을 틀 수 없었는데 함께 진행하던 다른 진행자가 나 때문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진행을 했던 적이 있다. 정말 미안했지만 다행이도 임산부라는 특혜로 그나마 덜 미안할 수 있었다. 방송진행은 더이상 욕심을 내면 안되는 건가?! 하고 진지하게 고민했던 시기였다. 

 

세번의 임신과 출산으로 체질이 바뀌어도 세번이나 바뀌었을텐데 징하게도 비염 증상은 변하지 않았다. 고질적인 만성 비염으로 죽을 때까지 갖고 가야 하는 내 습관같은 알러지 비염. 그 지긋지긋한 증상이 이번엔 '기침'으로 나타났다. 이 시국에 석달이 넘게 기침을 하고 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죽을 만큼 해대는 기침증상이 혐오스럽게까지 보였을 거다.  보통 오전 9시에서 10시사이, 밤 8시에서 10시 사이에 나타나는 기침은 한 번 나오기 시작하면 30분 정도 이어진다. 미친듯이 해대다가 언제그랬냐는 듯 또 아무렇지 않게 사그라진다. 

 

몸이 차가워지면 나타나는 건지, 알러지를 일으키는 원인이 내 주변에 퍼져 있는 건지, 아니면 귀신같이 계절을 느끼고 등장하는 정말 '계절성 알러지'인지 알길이 없다. 면역력이 떨어졌을까 싶어 꿀도 사먹고,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차도 마시고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해봤다. 병원 치료만 안했던 것인데... 남편과 친정엄마가 몸에 이상이 있으면 파고 들어서 고칠 생각을 해야지 그걸 견디고만 있다고 잔소리를 한다. 오늘에서야 경상대학교 병원에 예약을 하고 진료 의뢰서를 받으러 동네 내과에 다녀왔다. 일상 생활이 불편할 정돈데 그걸 왜 여태 버텼냐며 어마무시한 핀잔을 주더라. 계절이 변할 때 나타나는 비염 증상, 단지 그것 뿐이고 약을 먹는다고 해서 낫는 것도 아닌데, 굳이?! 라는 생각에서 포기한 것 같다. 미련하다면 그럴수도. 그런데 딱히 방법이 없는데 병원비, 시간 낭비하는 것도 비효율적인 것 같은데... 하는 김에 해보지 뭐. 정밀 검사해서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으면 얼마나 허탈해질지....

 

비염은 100% 유전이라고 한다. 내 아이들에게 이 증상을 물려준 것이 미안해서 이 얘기를 한 건데, 그 말을 들은 엄마도 덩달아 미안하다고 죄인처럼 사과를 해왔다. 부모마음은 다... 다 그런가 보다. 셋째가 석달째 멈추지 않는 콧물도 알러지 비염으로 인한 증상이면 어쩌지? 알러지 검사는 24개월 이후에 가능하다던데... 내가 죄인이다. 히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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