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사유

위로

어진백작 2020. 12. 9. 23:19

막내 기저귀에서 위로를 받다니

 

예상했던 화요일 퇴원이 무산되면서 막내는 이틀을 더 병원신세를 졌다. 

수액이 들어가니까 평소보다 자주 기저귀를 갈아야하는데, 오늘은 저 문구가 눈에 딱 들어오더라.

 

'우리 엄마가 제일 예뻐'

 

아직 말을 제대로 못하는 막내니까, 저 말은 막내의 엉덩이가 해주는 말인가?! 싶을 정도로

가슴에 살짝 쿵- 하고 와닿았다. 세상에 그 누구도 예쁘다는 말을 싫어할 여자는 없을 테니까. 

비좁은 병원 침대에서 웅크리고 잠을 자고,

며칠을 제대로 씻지 못한채로 아이 수발을 들어야 하는 병원생활에

잠시나마 위로가 되는 말이었다.  

 

물티슈 뚜껑을 열면 보이는 스티커 위, 그리고 모 마트에서 온 종이봉투의 글귀, 

테이크아웃 커피잔 위에 새겨진 말들까지... 엄마가 되고 난 뒤부터 보이는 위로의 말들은

생각보다 많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사실은 철저하게 이런 효과를 노린 마케팅 전략에 노출된 거지만 말이다. 

 

왜 그런걸까? 이 세상에 '엄마'들이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말들이

딱히 없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닌데? 나는 가족들한테 위로를 받는데?! 라고 말하는 소담샘의 속마음이

여기까지 들려오지만ㅋ 그런 아름다운 얘기에는 사실 동감할 수가 없다. 

나는 가족들 때문에 힘든 순간이 더 많은데???? 

 

때론 아무도 위로가 될 수 없는 마음이 있는 법. 

그럴 땐,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무심코 적혀 있는 저런 글귀에 도움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서 위로를 받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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