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사유

역사 공부?! 나는 이걸로 한다.

어진백작 2020. 12. 17. 01:17

중학교 때, 인간적으로 국사 선생님이 너무 좋아서 잠시 잠깐 국사 교사를 꿈꾼 적이 있었다. 어찌나 이야기를 재밌게 하시는지, 홀딱 반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던 선생님.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자 '세계사'라는 과목이 생기고 점점 두꺼워지는 국사 교과서가 부담으로 다가오면서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핑계가 좋다. 공부하기 싫어서였겠지.) 

 

역사에 관련해서는 아주 충격적인 얘기를 유시민 작가가 했던 적이 있다.

 

"역사를 공부를 게을리 하는 건 나는 무식하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일이에요"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인간이 삶을 계속 영위함에 있어서 역사는 아주 중요한 지침이 된다는 맥락에서 했던 말로 기억한다. 아주아주 뜨끔했던 순간이었다. 

 

역사를 공부하기 위해 역사책을 참고로 공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요즘들어 드는 생각은 '설민석' 같은 강사만 있으면 수능도 만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복잡한 서사를 어쩜 그리 쉽고 재미있게 풀어나가는지, 보는 시각에 따라 역사는 다양하게 해석되기도 해서 설민석 강사에 대한 논란도 없지 않았지만 석사 박사 학위까지 딸 것도 아닌데, 그것까지 알 필요 있나 어디. 팩트만 확실하다면 어떻게든 머릿속에 집어 넣을 수 있는 자기 나름의 방법을 찾는 것도 좋지. 아무튼. 

 

'선을 넘는 녀석들' 이란 프로그램의 존재를 오늘에서야 알았다. 설민석을 중심으로 박학다식한 전현무, 일자무식 컨셉의 김종민, 의외로 똑똑한 유병재까지 합세한 조합. 세상에... 이들의 대화, 혹은 자료 화면으로 역사공부가 절로 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오늘 본 내용은 10.26 사태와 12.12 군사반란, 제 5공화국 탄생까지 였는데... 신군부세력과 군사 본부 세력의 충돌, 그 안에서 펼쳐지는 드라마틱한 사건들이 드라마, 영화자료와 더불어 기가 막히게 구성됐다. 다 배웠던 내용일텐데, 이게 이리도 새로울 수 있단 말인가. (허참!부끄럽군) 다시는 까먹지 못하게 머릿속에 차곡차곡 정렬이 됐다. 

 

영상 관련해 기획 구성일을 배우고 있는 단계라 더 많은 것들이 눈에 보였다. 저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작가는 얼마나 많은 자료를 수집했을까. 장면 배열은 시간순, 혹은 중요도 순으로 엮을 것인지를 얼마나 고민했을까, 설민석이 하는 멘트는 작가가 직접 적었을까? 출연자의 색깔에 맞게 내용을 구분하기 위해 멘트는 어떻게 고쳐나갔을까. 눈이 팽팽 돌아가는 신나는 경험을 했더랬다. 

 

MBC 경남에서 라디오 작가로 일할 때, 3월 한 달 내내 '부마민주항쟁' 특집 방송을 했던 기억이 있다. 사실 잘 몰랐다. 부산과 마산이 그냥 정의감에 불타는 사람들이 많이 살아서 일어난 항쟁쯤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김영삼 때문이었다니... 차지철 때문이었다니... 박정희를 못 막은 김재규 때문이었다니... 게다가 '하나회' 존재가 왜 이렇게 낯설었을까? 전두환이랑 노태우는 법정에서 왜 나란히 섰던 것일까 했던 것들이 '선을 넘는 녀석들' 프로그램 한 편으로 정리되었다. (맘껏 비웃어도 좋다. 정말 무식했다. 완전 인정)

 

65회까지 했던데, 1회부터 볼까 생각 중. 그리고 더 놀라운 사실은 설민석이 51세란다. 대박. 역사공부를 합시다. 이왕이면 '차이나는 클라쓰' 도... 시사 교양 프로그램으로 아주 훌륭합니다.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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