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전쟁

심봤다

어진백작 2020. 12. 12. 03:50

애들 입맛에 맞는 영양제를 따라 구만리

 

"심~봤~~~다~~~~~~!!!!!!"

 

느닷없는 남편의 환호소리가 쩌렁쩌렁 집안을 울렸다. 

드디어! 첫째 시운이가 먹어도 토악질을 하지 않는 영양제를 찾았기 때문이다.

 

나는 키가 155cm. (여기서 이렇게 신체정보를 밝힐줄이야...)

여태껏 살아오면서 작은 키 때문에 크게 불편한 적은 없었는데,

결혼을 하고서 내 키가 문제가 됐다. (철저히 남편의 시각에서)

 

흔히 알고 있는 정보 중에 아이들의 키는 부모의 유전에서 70%의 영향을 받는다고 하지 않던가. 

 

추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키는 한쪽 유전자한테서 몽땅 받는다고 한다.

엄마 아빠 키를 더해서 평균치만큼 크는 게 아니라,  

엄마한테서 받을 수도 있고, 아빠한테서 받을 수도 있고, 

외할머니, 할머니, 할아버지 등 오로지 한 사람의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  

 

발육상태를 보아하니 첫째는 남편의 뼈대를 닮은 것 같은데, 둘째 지운이가 걱정이다.

허벅지 길이나 종아리 길이가 시운이만큼 길쭉하지 않은 게 꼭 나를 닮을 것 같아서. 

남자는 못생겨도 키만 크면 잘 생겨보이는 이상한 세상에서 지운이도 살아남아야 할텐데.... 

 

이런 걱정을 나만 한 건 아닌가보다. 

"당신을 닮아서 키가 작을 것 같애."라는 말을 직접 하지는 않고, 

저렇게 어떻게든 영양제를 먹이려고 애를 쓰는 것을 보니, 남편도 못내 다급해진 모양이다.

 

어른도 그러하겠지만 특히 아이들 성장기에는

비타민, 칼슘, 마그네슘, 아연을 골고루 섭취해야 하는데, 

제일 먼저 주문했던 뉴트리코어 제품은 세 가지가 각기 다른 통에 들어있어서

한 번 먹이려면 4알씩 입에 넣어줘야했다. 다 먹이는데만 시간이 꽤 걸렸고, 

그걸 지켜보고 있자니 시간이 너무 걸려서 각기 컵에다 먹으라고 담아주고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

애들이 몰래 버리거나, 구석에 쳐박아두기 일쑤였다. (이좌아식들이... 엄마아빠가 그럴려고 돈을 버는 건데)

 

그래서 결론은 영양제도 맛이 있어야 한다는 건데, 

그 중에 분유맛이 나는 칼슘이 첫째 입에 맞지 않았다. 

이 때 남편이 온갖 방법을 동원하기 시작. 

심지어 초코시럽을 사서 듬뿍 찍어 그 약이 보이지 않게 입에 넣어줬지만

귀신같이 그 사실을 알고 몇 번을 토했는지... 결국,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두 번째는 포도 맛이 나는 다른 제품으로,

또 그게 싫다고 해서 딸기맛이 나는 걸로 바꿨다가

마지막으로 초코맛이 나는 한미제품(사진에서 제일오른쪽)으로 바꾼 것이 먹혔던 것이다. 

 

 

나는 영양제 같은 걸 한 번도 먹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모양인가)

음식으로 섭취되기란 도통 쉬운 일이 아니어서 현대인들에겐 필수라고 하던데, 

난 아직도 '굳이 이런 걸 먹으면서까지 살아야 돼?!' 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라 그런지

남편의 행동들이 썩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사실을 알리면 자기는 그러겠지.

 

"그럼, 어디 좋은 걸로 매일 음식을 만들어 주던가!" 

 

직접 한 말은 아니지만 상상을 하니 기분은 나쁘군. 

 

어쨌든, 아이들을 위해서 그런다고 하니까, 뭐. 

포기하지 않는 저 의지가, 그의 '사랑'이라 확신한다. 

 

 

P.S 얘들아 아빠의 수고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그냥 주는대로 좀 먹어주면 안되겠니. 

어떻게 하나같이 입맛이 달라서 이 고생(아빠고생)을 시키니. 

너네! 어?! 나중에 커서 엄마아빠 닮아 키 안컸다고 말하면 국물도 없는 줄 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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