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세계

서울공화국

어진백작 2020. 12. 9. 00:44

 

서울공화국이란 단어가 국어사전에 등재돼 있다는 사실, 처음 알았다. 

인터넷 상에서 자주 쓰는 말 정도인줄만 알았지, 사전에 실릴만큼 비중이 있는지는 

이번에 '모노폴리' 관련해서 자료를 수집하면서 알게 됐다. 

 

남동생은 어릴 적부터 명예에 집착하는 아이였다. 자신의 위치도, 배우자의 직업도, 마지막 꿈도 

모두 그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서울'을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결국, 경찰간부가 되기 위해 신림동 고시촌으로 향했고, 5년의 성과가 물거품이 되자, 

일반 순경으로 단계를 낮췄지만 서울에 남겠다고 고집을 피워대는 바람에 아빠와 아직도 갈등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마음을 먹어서인지, 애를 쓰고 기를 써서

강남경찰서에서 근무 중이고, 사는 곳도 강남구 개포동이다.

우리 집 가격보다 비싼 전세금으로 15평 짜리 아파트에 간신히 몸을 싣는 생활 중이다.

 

'저, 철 없는 놈이 똥고집을 피운다.'라는 시선으로 동생을 바라본지 15년을 훌쩍 넘겼다. 

그런데, 저 녀석이 옳았던 걸까. 이 세상 모든 것들이 '서울'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변화하고 있다. 

내가 잘못 판단한 건가.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건가. 

답은 정해져 있는데, 그걸 모르는 내가 지방 촌구석에서 살고 있는건가. 별의 별 생각이 다 든다. 

 

서울에 집 한채를 사면 집값이 1년에 10억씩 오르는데, 

지방에 집 한채를 사면 집값이 1년에 1억씩 내려간다. 

 

라는 말만 들어도 불평등과 상대적 박탈감에 휩싸이지 않는가. 

이런거 저런거 다 무시하고 맘 편하게 사는 게 최고다 (원래 내생각)라는 말로 위로를 하기엔

정말 말도 안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에이씨. '모노폴리'주제 방송만 아니었으면 그냥 아무 신경 안쓰고 편히 사는 건데, 

괜히 감정을 몰입 중이다.

이 주제에 공감을 해야 작품에 진정성이 담기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어쩌다 서울 공화국이 되었나. 

행정수도 이전이 정말 답인걸까. 

그 어떤 합리적인 대책은 없는 걸까. 

 

아직 취재단계다. 

어떤 결론을 낼지는 더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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