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세계

모노폴리 편 후기

어진백작 2020. 12. 24. 03:36

란순씨가 뉴스에 나오는 영상을 보고 캡쳐해서 보내준 사진

오늘 모노폴리 게임을 촬영했던 영상이 7시 뉴스로 송출됐다. 이 한 편의 영상을 제작하는데 얼마나 많은 품이 드는 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노력이 드는지 함께 만들고 지켜보면서 알았다. 영상의 매력에 흠뻑 빠지는 시간들이었다. 

 

라디오 진행자 공고 발표가 생각보다 빨리 났다. 보기 좋게 미끄러졌다. 안타까운 마음도 잠시, 영상을 마무리하기 위한 작업으로 1분 1초가 바쁜 상황이어서 아쉬움은 깔끔하게 묻혔다. 그리고 다시 제자리로, 본연의 임무에 최선을 다했다. 

 

채운이가 입원했던 기간동안 구성을 위한 자료수집을 했다. 참고가 될 만한 영상을 찾고, 필요한 부분은 손으로 적어봤다. 커다란 하나의 흐름을 꿰어차기 위한 노력은 자료 수집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이 때 깨달았다. 몰입과 집중이 필요했다. 그렇게 자료를 모두 수집한 후, 포인트가 될만한 사실들을 나열하고 순서를 정한다. 검증되지 않은 사실은 확인절차를 한 번 더 거쳐야한다. 시사는 팩트가 전제로 깔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구성안은 7차례에 걸쳐 수정이 됐다. 내 선에서 만족했던 구성안도 팀장 손을 거치고, 피디 손을 거쳐서 몇 번 더 고쳐졌다. 실제로 편집을 하다보면 적당한 영상이 없어서 구성안대로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절반은 바뀐다고 보면 된다. 아직 내가 베테랑이 아니어서 일 수도 있다. 그래서 현장에서 피디와의 소통이 중요하다. 피디를 구워삶고, 다독이고, 설득시켜가며 같이 동의하는 선에서 수정작업을 해낸다. 사이가 좋지 않으면 절대 이 과정이 순탄치 않다. 그럼 작품도 망해간다. 호흡을 맞추기 위한 시간이 6개월이나 걸렸다. 31살인 우리 신피디와의 박자는? 글쎄... 89% 쯤 될까? 

 

보통 리얼리즘 R코너 촬영 카메라는 많으면 4대 적으면 2대 정도다. 그런데 이 때 촬영 시 동원됐던 카메라맨만 7명 정도였던 것 같다. 원본파일이 5TB 이라는 얘기를 얼핏 들었다. 피디가 처음으로 편집하다가 쌍욕이 나왔다고 했다. 싱크가 전혀 맞춰지지 않은, 진짜 날 것의 원본영상을 맞추느라 하루를 꼬박 투자했다. 매초마다 바뀌는 화면은 어떻게 편집되는 걸까... 편집의 마술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편집은 기술이다. 전문기술자가 되는 과정도 절대 쉽지 않다.

수없이 쪼개져 있는 편집바들이 촘촘히 나눠져있다. 내가 본 편집바 중에 최고 복잡한 경우라 오늘 사진을 찍었다. 신피디와 다은씨가 고생이 참 많았다. 나는 촬영이 들어가기 전 촬영구성안을 작성하고, 편집에 들어가기 전 편집구성안을 작성하는 역할을 맡는다. 촬영구성안을 작성하기 전엔 자료수집과 아이템을 선정하고 아이디어를 내기 위한 회의에 참석한다. 

 

검은 색 옷을 입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 했다.

 

3시간을 넘게 촬영했다. 출연료는 단 3만원. 다른 분들은 식사 한끼로 때웠다고 들었다.

직접 출연을 하게 된 계기는 이미 글요일에서 밝힌 바 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영상이 잘 만들어졌다. TV로 내 모습을 마주하는 일이 그렇게 자연스럽지는 않았지만 다행이 마스크빨이 먹혔다. 주위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풀메이컵을 한 곽동휘 아나운서와 비교가 아니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아이셋 아줌마가 저 정도면 훌륭하지 뭐... 하고 슬픈 위로를 해본다.(북치고 장구치고 나혼자 다하고 있다) 올해 내 목표가 '아이셋 엄마로 보이지 않기' 였는데, 나름 성공한 것 같다. 성취감을 맛보니 더 예뻐지고 싶다. 콜라겐을 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좋은 제품 아시는 분 추천 좀...) 

 

고생은 했지만 지금까지 구성했던 작품 중에 가장 수월하게 해낸 작품이다. 갈수록 내게 모자랐던 부분들이 채워지고 있다. 현장에서 부딪혀 가며 깨닫는 것들은 그 값을 해낸다.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신감을 잃지 말자. 더 잘 해낼 수 있는 나를 믿자. 수고했다.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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