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세계

모노폴리 플레이어로 출연 좀 해주세요.

어진백작 2020. 12. 4. 02:45

TV 스튜디오 '모노폴리' 게임 셋팅 중인 스텝진

 

지난 주말, 토론 경남 프로그램 최작가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작가님, 혹시 내일 오후에 시간 되세요?

다큐 제작하는데, 모노폴리 게임 플레이어로 참여 좀 부탁드릴께요."

 

모... 뭐? 게임명도 제대로 듣지 못했는데, 팀장한테 전달하니까 참여해도 좋단다. 

아이들 하원을 남편한테 부탁... 하는데도 눈치가 보이는 건 왜일까. (이런거 너무싫다)

일단, 게임명만 겨우 접수하고 출근했다. 

 

모노폴리. 부동산 관련 보드게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국판으로 치면 부루마블 정도랄까?

간단히 유튜브로 게임방법만 알아봤는데- 아씨. 어렵다.

플레이어 4명 출연인데 혼자 이해못해서 어버버하고 있으면 어쩌지?!   

게임 말도 못 옮기고 달달달 떨고 있으면 어쩌지?! 

그렇게 뭣도 모르고 내려간 촬영장. 

 

지미짚 카메라도 머리 위로 슝슝 왔다갔다 하고 

내 얼굴만 잡는 카메라도 따로 있고, 마이크도 차고, 

얼굴 크기에서부터 차이나는 곽동휘 아나운서도 출연한다 그러고...

방송계에서 아무리 10년을 굴러먹었다고 해도 이번 촬영은 불안 초조 난감...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는 크게 수도권과 대도시, 중소도시, 그리고 농산어촌으로 나눌 수 있다. 

그 현실에 맞게 서울과 부산, 통영(원래는 진주였다), 하동군 네 지역의 플레이어가 참여한다.

처음 판돈은 해당 지역의 지방세 수입에 따라 차등 지급을 하고 

룰렛을 돌리고, 땅을 사고, 건물을 짓고, 임대료를 받아 재산을 늘리는 게임. 

제한시간 안에 가장 많은 부를 축적한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이다. 

 

여기서 시사하는 바는 그렇다. 

시작부터 출발선이 다른 상태에서 경쟁은 결코 공정한 게임이 될 수 없다는 것. 

한 번 무너진 균형은 격차를 더욱 벌리고, 뺏긴 자는 계속 빼앗기게 된다는 것. 

이러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게임이었던 것이다. 

뭐든 그렇듯, 게임은 하다보면 깨닫게 되는 게 있다 ㅋㅋㅋㅋ

 

생각보다 많이 헤매지 않고 인터뷰도 깔끔하게 잘했다. 

촬영시간이 3시간이 넘게 걸렸는데,

허허허 다큐에는 2분 정도 나온다나 뭐라나. 

 

새로운 경험이었다. 유튜브 컨텐츠 촬영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저기 6대가 넘는 카메라에 스텝만 열댓명이 넘고, 조명에 마이크에 어휴. 

디지털컨텐츠팀 작가인게 그래도 훨씬 다행이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는. 

 

좋았는데... 다 좋았는데- 팀장이 한마디 던지고 간다. 

 

"백작가님, 이왕 출연도 하셨으니, 이거 우리 리얼리즘R 다음 아이템으로 재구성 해보시죠!"

 

출연료도 졸라서 겨우 3만원 받았는데... 다음 아이템이란다. 

낚.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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