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사유 47

내 글에 반하기

역시 조직은 참 조직적이다. 공무원들을 위한 동아리, 독서교육, 무수히 많은 프로그램들이 있는 것도 놀랐는데 이번엔 글쓰기대회도 있다ㅋ '공직문학상' 지난 수상작들을 몇 개 훑어봤다. 역시,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널리고 널렸다. 글자 만지는 일 좀 했다고 그 알량하고 얄팍한 실력으로 나도 한 번?! 이란 생각을 했다가 얼른 접었다. 수백 편의 글 사이에서 수상은 꿈도 안 꾸지만, 만약 뽑힌다면 이게 더 문제다. 수상작들을 엮어서 책으로 만든다. 내 맘대로 쓰지도 못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생각을 접기 전에 혹시나 쓸거리가 있나 싶어 오랜만에 티스토리에 들어왔다. 썼던 글들을 읽어보다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남편이 낼 회사 안가냐며-ㅎ 새벽 한 시를 넘겨버렸다. 너무 재미있는 거다. 분명 내..

오직사유 2022.05.19

드디어 올 것이 왔다

확진자 수가 심상치 않더니, 우리집에도 올 것이 왔다. 둘째 어린이집 같은 반에서 확진아동이 나왔고, 일찍 귀가조치를 부탁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퇴근 1시간 전에 받은 전화라 경황이 없었다. 셋째와 함께 가는 연장보육 어린이집에 결석하겠다 연락을 하고 재택근무를 하는 남편에게 전화해 픽업을 부탁했다. 하필 오늘 라디오 생방도 있고 야근을 신청해놨기에 마음이 더욱 무거웠다. 급한일만 끝내고 부랴부랴 집으로 갔다. 120은 밟았을거다. 자가진단키트로 테스트 해본 결과 '음성'. 그래. 별일이야 있겠어? 자가격리를 두 번이나 해봤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끝나겠지- 싶어 약간은 안도했다. 아이는 평소와 다름없이 해맑았고 예뻤다. 아직도 "엄마냄새 좋아"하면서 잠드는 녀석이기에, 그날도 얼굴을 마주하고 꼭 껴안고 잤..

오직사유 2022.02.25

궤변일까, 핑계일까

무언가를 써야 하는데, 일적인 얘기를 하려면... 그게 그래도 뭔가, 내게 해가 될 것 같아서 그만두길 여러 번. 제대로 된 사유를 하지 않은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나인 투 식스 패턴이 주는 폐해기도 하지만, 또 복잡한 생각따위 접어 두는 것도 때론(내 정신 건강을 위한)지혜로운 사고방식이라 스스로를 위무하며 나날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꽤 묵직한 충격 하나를 받았다 고백한다. 에세이를 함께 쓰던 지인과의 대화에서 툭- 하고 나온 얘기다. "내가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은 건,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일단 이래요. 첫째, 내 인생을 누군가를 위해 희생할 용기가 없었고요. 둘째, 망해가는 지구에, 황폐해져 가는 이 세상에 내 2세를 등떠밀고 싶지 않았어요. 그건 참, 책임감 없는 행위라..

오직사유 2022.02.03

불혹

제목은 거창하지만 나이 한 살 더 먹었다고 풀어놓는 푸념에 가깝다. 서른 아홉이면 뭐 어때서? 마흔이면 뭐- 크게 달라진게 뭐가 있다고?! 라고 호기롭게 내던지기엔 요즘 내가 하는 고민은 진짜 진심, 진지하다. 어릴적부터 유독 견과류를 싫어했다. 술을 들이키던 20대에도 노가리를 먹으면 먹었지, 땅콩을 안주로 시켜먹진 않았다. 아마 길고 긴 나의 치아교정시절, 구조물 사이로 불편하고 기분 나쁜 이물질 정도로 취급하던, 내겐 별 시답지 않은 먹을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걸 한 박스도 모자라 두 박스로 주문할 줄이야. 건강검진 결과가 예사롭지 않게 나왔기 때문이다. 콜레스테롤 수치하며, 당화혈색소가 경계 수준의 빨간색 숫자로 결과지에 표기가 됐는데, 아무렇게나 먹어도 멀쩡하던 내 몸둥아리가 아무렇지 ..

오직사유 2022.01.17

프리랜서의 설움

공무원증 사진을 올리면서 제목이 저러한 이유- 프리랜서로 15년을 살다 직장다운 직장을 처음 갖는 나로서는 너무 당연한 얘기다. (아, 그렇다고 프리랜서에 대한 비하나 평가절하 같은 얘기는 아니다.) 다만, 그들이 받은 부당한 처우와 주변의 시선, 편견 등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얘기하고자 한다. 프리랜서를 벗어났다는 사실은 저 공무원증을 받으면서부터 시작됐다. 어딘가에 소속되고, 출입이 인증되고, 조직도에 내 이름이 뜨고, 내 자리에 내 번호 내 전화기가 생긴 것 자체가 기쁨이고 설레는 일이었다. 자, 그럼 공무원이 아니었던 시절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1. 프리랜서는 소속감이 없다. 당연한 얘기다. 다니고 있는 직장이 있는게 아니라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을 뿐, 그 어떤 방송국도 그 어떤 단체..

오직사유 2021.12.15

슬퍼하지도, 그렇다고 잊히지도 않는

매일 쓰던 볼펜 하나가 사라져도 하루 종일 온 집안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지게 된다. 찾을 때까지 내내 마음 한켠이 답답하고 초조하고 손에 제대로 일이 잡히지 않는데, 사람이야 오죽하랴. 속이 상하다 못해 문드러질 지경이다. 남편은 이때가 기회다! 싶어서 나를 조롱하고 비웃었다. 가장 친한 친구도 의미없는 짓 그만하라고 바로 쓴 소리를 했다. 어쩜 그리 쉽게 얘길하는지, 매정한 사람들. 나는 그 소식 들은 날부터 밥 먹다가도 눈물이 나고, 노래 한 소절만 들어도 가슴이 미어지는데. 어쩜... 어쩜 그렇니... 나의 사람들아ㅠㅠ 팬카페는 당분간 문을 닫기로 했다. 나처럼 기다리겠단 팬들이 대다수지만, 욕짓거리를 하고 정신차리라고 막말을 들이붓는 사람들도 있다. 탈덕은 조용히 하는 거랬다... 이 예의없는 것..

오직사유 2021.10.25

무제- 근황이야기

할 말이 너무 많았는데, 그 때 그 때 기록해 두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그 후회가 고통스럽게 가슴 속을 맴돈다. 예상했던 바, 여기에다 내 마음을 늘어놓을 시간적 여유와 체력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두 곳의 취재 중 한 곳은 거제 너무나 황홀했던 취재. 책방을 취재하고 고운 책방지기를 만나고. 그 이야기를 나의 감성으로 쓸 수 있다니... 그 시간을 인정받고 출장비를 챙겨받아 이 모든 걸 누릴 수 있다니. 정말 행복해서 눈물이 찔끔 났던 그 날을 잊을 수 없다. 하지만, 첫 취재가 너무 달콤하기만 했던 걸까. 두 번째 취재는 취재시간을 10여분 앞두고 엎어질 뻔 했다. 인터뷰이가 거절의사를 되게되게 늦게 내게 알려왔기 때문. 허얼- 사진기자도 거의 도착했을 거고, 나도 열심히 가고 있는데 전화상으..

오직사유 2021.10.12

마음공부

당장 10월 1일이 첫 출근인데, 둘째 하원이 문제다. 마치고 픽업할 사람이 없어 결국, 유치원을 옮기기로 마음 먹었다. 구하고자 했던 아이돌봄 선생님이 배치되기 까지는 시간이 얼마나 필요할지 모른다. 갓 백일을 넘긴 채운이를 선생님께 맡겼을 땐, 태어나자마자 했던 신청이었다. 서너달의 여유가 있었단 얘기다. 그러니 알아본지 보름도 안된 시간에 돌봄 선생님이 짠! 하고 나타날 리?! 없다. 당연하다. (내가 합격할 걸 미리 알았나? 결정이 나고 진행을 해야 할 것이 아닌가. 근데 아무런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나를 탓하는 남편이 너무 남. 편 같아서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이게 나만의 문제인가.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가?) 칼퇴를 해도 집에 도착하면 7시 20분~7시 30분이 될터. 5시 막내 하원부터 둘..

오직사유 2021.09.28

라미챌린지-필사7일

나란히 예쁘게 놓고 싶었는데 사진 정렬을 하다 실패했다. 아쉽지만 이렇게라도 글을 써보자, 하고 오랜만에 티스토리에 들어왔다. 한동안 마음이 바빴다. 이리저리 벌여놨던 일들을 정리하고 수습하는 과정이었다. 필요한 분들에겐 알리고 감사하단 말을 덧붙였다. 축하를 받고 응원과 격려를 함께 받았다. 바빠진 마음이 하나 더 있다. 곧 이런 여유는 꿈도 꾸지 못할, 어마어마한 시간들이 내 인생에 들이닥칠 것이므로, 나는 죽어라도 '필사'를 했다. 때마침 라미에서 이벤트를 내걸기도 했지만, 좋아하는 책 구절과 작가, 느낌을 알릴 수 있는 피드를 매일 올리느라 나도 꽤 즐거워했던 것 같다. 그간 필사하려고 끄적여놨던 노트만 다섯개 정도나 됐다. 하다가 멈춰버린 책이 다섯권이나 된다니, 조금 많이 부끄러웠지만 공개해버..

오직사유 2021.09.23

우리가 사랑한 계절, 가을

작년 가을엔 스치는 바람에도 울컥 눈물이 나더니, 올해는 시작이 꽤 괜찮다. 친구와의 우정여행은 베스트 중에 베스트에 속했고, 곧 있을 채용 발표에도 훈풍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가을에 가장 많은 이별을 했다. 그 이별들 때문에 늘 겨울은 혼자였다. 그러다 다시 봄이 되면 마음이 울렁거리고 뜨거운 여름을 보냈더랬다. 가을은 마치 차분히 가진 것들을 내려놓고 잡은 손을 놓고야 마는, 내게는 그런 계절이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이 왔다. 흔들리지 않고 곧장 앞을 봐야 하는 앞길에 '가을'은 영락없는 훼방꾼이 되어 마음을 흔든다. 그러지 말라고 다그칠 겨를도 없이 어느새 내 옆구리에 들어차는 바람이 그렇다. 저리가! 저리가라구!! 이번엔 눈물 바람 가을을 만들지 않을거야. 그러니까 너도 방해하지마. 다짐하면..

오직사유 2021.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