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세계 17

고인물

원고 폴더가 보이지 않을 때, 공용메일 비밀번호를 알 만한 다른 작가들에게 연락을 돌리면서 알게된 사실이 하나있다. 나를 괴롭혔던, 내 후임 자리에 왔던 스물 두 살의 어린 보조 작가에게 언어폭력 및 갑질행위와 비인간적인 행동을 일삼은 모 작가와 관련된 후일담이었다. 모 작가의 그런 역겨운 행위들로 피해를 입은 것은 방송국을 떠나게 된 당사자 뿐만이 아니었다. 일련의 사건들을 겪고, 그 아픔을 고스란히 품은 어린 보조작가도 함께 방송국에서 내팽게쳐졌기 때문이다. 나는 용기가 없어 하지 못했던, 어린 나이로선 절대 감당할 수 없었던 시간들을 오로지 깡으로 버틴 어린 작가는 문제를 일으켰다는 비난을 받았다. 사회초년생인데... 예쁨과 격려만 받아도 모자랄 그 나이에... 자신에게 몰려오는 손가락질을 어떻게 ..

작가세계 2021.08.16

인터뷰 요청

리포터로서 인터뷰이를 마주해 인터뷰 할 때도, 작가로서 인터뷰이의 원고를 받았을 때도 똑같이 느꼈던 감정이 하나 있다. '나도 저런 전문가가 되고 싶다' 어떤 분야에 대해 막힘없이 술술 말하는 사람을 만나면 나는 그게 너무 부러웠다. 얼마나 고민하고, 얼마나 연구를 하고, 얼마나 공부를 했으면 저렇게 막힘없이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어떤 질문을 해도 명쾌하고, 때론 질문 내용을 넘어 무릎을 탁! 칠 수 있는 깨달음까지 주는 좋은 인터뷰들을 마주할 때면 나는 그게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더랬다. 그래서 취재나 녹음을 충분히 하고도 더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 시간을 냈던 적이 꽤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그 사람들이 참 부러웠고, 나도 언젠가 내가 관심있어 하는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서 깊이 있는 인터뷰를 ..

작가세계 2021.07.14

평생 모르고 싶은 레시피가 있다

# 제 1회 오뚜기 푸드 에세이 공모전 '사랑상' 당선글입니다. (저작권은 (주) 오뚜기 에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화장실을 몇 번이나 들락날락 거렸는지 모르겠다. 세 아이 중에 유독 둘째의 입덧이 심했다. 아무것도 입에 대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모든 음식을 맛있게 먹기도 힘들었다. 평생을 먹는 것에 별 흥미 없이 살았다. 모르는 음식과 안 먹어본 음식은 쉽게 도전하기도 어려웠다. 내 입맛을 꼭 닮은 첫째 아이가 저럴 땐 얼마나 미운지... 엄마는 이런 나를 키워내는 동안 얼마나 답답하고 애가 탔을까. 잘 먹기만 해줘도 최고의 효도인데 그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둘째는 아들이랬다. 과일만 주구장창 먹었던 첫째와는 전혀 달랐다. 고기가 많이 당겼고, 그럴 때마다 남편은 몇 점 안되는 소고기를 ..

작가세계 2021.07.03

오마이뉴스에 대한 편견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47441 지방에서 출퇴근 3시간... 좋아서 그랬습니다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충만했던 출퇴근 길, 벌써 그립네 www.ohmynews.com 일상사에 관한 글도 충분히 기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를 올해 초에 처음 알게 됐다. 물론, 뉴스페이지 1면을 장식하는 정치, 경제, 사회 분야의 기사들과는 차이가 있지만, 내가 기사에 실은 상황이나 어떤 사실에 관해 불특정다수와 공유를 한다는 면에선 다를 바가 없다. 나는 현재, 오마이뉴스에서 코너의 기사를 쓰고 있다. '아이셋워킹맘의 고군분투' 라는 연재로 총 7개의 기사를 발행했고, 최근에는 '오늘의 기사 제안' 시리즈의 한 편으로 '출퇴근 이야기'에..

작가세계 2021.06.05

별글 줌 회의

별글 시즌 3가 종료되었다. '가족'을 주제로 발행됐던 총 20개의 글이 안전하게 독자들에게로 전해졌다. 좀 스탠다드한 주제라 다들 이번 글 진행은 더뎠다고 고백했다. 나 역시 가족이야기는 쉬울 것 같았으나 어려운 주제였고, 뻔한 이야기를 좀 더 색다르게 전하고자 애썼다. 부지런한 예린 작가님 덕분에 우리 '별글'은 담주 경남도민일보에 기사로 실린다고 한다. 경남 지역에서 작가들이 연합해 글을 발행하는 단체는 유일하다고 한다. 꾸준한 행보가, 그리고 새로운 시도들이 기대된다고 한다. 매일 같이 보던 지역신문에 내 얼굴이 실릴 걸 생각하니 좀 설렌다 ㅎㅎㅎ 오늘 회의에서는 시즌 4에 대한 주제와 조금 다른 형식 도전에 대한 얘기가 있었다. 대부분이 에세이로 실리니, 형식 면에서는 좀 새로운 변화가 있었으면..

작가세계 2021.05.31

오뚜기 푸드 에세이 공모전 당선

이틀 전, 시운이를 도서관으로 데려다 주는 길이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는데, "안녕하세요. 백지혜 씨 되시죠? 오뚜기 푸드 에세이 공모전 입니다" "아! 네네네네네(왜 다섯번이나 대답을 했지)!!" 세가지 질문을 해왔다. 1. 등단을 했거나 문인협회 등 작가로 등록이 돼 있느냐, 2. 작품을 인터넷에 게재하거나 어디 올린 적이 있느냐, 3. 오뚜기 관련 직원이냐. 아주 성실히 대답을 했고, 대답이 모두 끝나고 난 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혹시 제가 당선이 됐을까요?" "아, 그 여부에 대해서는 5월 5일 확인하시면 됩니다." 알고보니, 그 개별연락은 2차 심사 대상자들에게만 돌렸다고. 설레발치면 들어오던 복도 달아날까봐, 오뚜기 광팬인 남편에게만 살짝 소식을 전하고 입꾹모드. 괜히 ..

작가세계 2021.05.06

임경선 작가와의 북토크

4월 어느 날, 계획대로 순천행이 무사히 이뤄졌더라면, 내 생애 최초의 북토크 작가는 '림태주' 시인이 됐을텐데. 그 영광은 임경선 작가에게로 ㅋㅋㅋ (니가 뭐라고) 인테리어 스트레스로 만신창이가 되어가던 내게 임경선 작가와의 북토크 기회가 느닷없이 날아왔다. 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터라 부산에서 열리는 북토크 소식 피드를 보고 망설임 없이 신청서를 작성. 나를 어필할 수 있는 공간은 단지 '질문 한 줄'이었는데 그것으로 북토크를 할 수 있는 10인에 선정되다니. 이벤트 운이라곤 1도 없이 살던 내게 생긴, 말그대로 이벤트! 였다. 북토크에서 여기 10인을 왜 선정하게 됐는지에 대해 그 기준을 얘기했는데, "작가님, 너무 좋아요! 꺄악 진짜 보고 싶어요~!!!"라는 아부성 멘트는 1차에서 거르고, 이 책..

작가세계 2021.04.26

작가가 되는 길

글쎄. 작가가 되는 길엔 어떤 과정이 필요한걸까? 사실은 나도 모른다. 내가 국어국문과나 창작 문예과를 졸업한 것도 아니고, 구성작가 아카데미를 다녔던 것도 아니며, 작가 수업을 따로 받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책'이란 걸 가까이 한지도 얼마 안되었다.) 작가라는 타이틀도 아직 낯선데, 내가 작가 되는 길을 어떻게 알겠나. 그런데, 작가라는 명함을 달고 보낸 지난 3년 간의 시간이 절대 헛되지 않았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넘어지고 엎어져 무릎에서 피가 철철 나고 거의 매일 밤을 엉엉 울었다고 비유해도 과하지 않다는 거. 아이템 선정, 자료 수집과 같은 작업만 주구장창 했던 시간들을 보내면서 글 쓰기 전 기초작업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았고, 또 어떤 문장들로 원고를 완성해야 하는지 밤새 머리를 ..

작가세계 2021.03.17

데뷔작

갑자기 울컥한다. 우연히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일을 시작했던 2018년 4월, 그때의 현타들이 떠올라서. 첫 원고를 피디와 함께 편성제작국 회의 테이블에서 작성했는데, 너무 진전이 없어서 피디가 한숨을 팍팍 내쉬었던 그 가시방석같던 순간들이 잊히질 않는다. (나는 지금 펑펑 울고 있다....) 그뿐이었나 어디. 5개월도 채우지 못해 메인작가 자리를 내어주고 '쟤는 능력도 없이 어떻게 메인을 하고 있어?' 라는 갖가지 소문에 휘둘리고, 그 자리에 온 메인작가는 경험없는 내 약점을 끈질기게 물어 흔들며 아주 마음 곳곳에 피멍을 들게 하는 말들을 퍼부었던 날들. 과연 이 길이 맞는 건가 몇번을 좌절했었는지... 그 때 들었던 핀잔과 꾸지람, 모욕들을 떠올리면.... 와... 그걸 어떻게 버텼지?! (아직..

작가세계 2021.02.22

내 글이 누군가에 의해 읽혀진다는 것

방송작가로 일하는 동안 내가 썼던 글들은 누군가의 기사를 재가공하거나 또 누군가가 쓴 글을 방송이란 틀에 맞춰 다듬는 과정이 전부였다. 순수 내가 쓴 글이라곤 그 코너를 소개하기 위한 오프닝 정도에 불과했던 것. 길어봤자 13포인트로 5줄 정도? 그런데 그 내용 역시 해당 코너의 문을 여는 성격이라 완벽한 창작과는 거리가 있다. 한 공단의 사보집 제작에 참여했던 것이 작년 12월. KBS 일과 병행하느라 틈틈이 자료를 찾고 실제 원고를 완성하기까지 한 달 정도가 걸린 듯 하다. 마감 날짜를 지키기 위해 며칠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그 결과물을 어제 받았다. 발행됐다는 소식을 듣고 사보집을 받으러 가는 내내 연애시절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만 같았다. 두근거리는 마음이 어찌나 신기했는지. 한글 프로그램 ..

작가세계 2021.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