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9

아이셋 워킹맘의 고군분투 | 8화 "집값 싼 동네 초등학교 보낼 거야?" 내 귀를 의심했다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집값'만으로 규정할 수 있을까요 5년 넘게 우애를 다져온 친구들끼리 꽤 오랜만에 만났다. 둘째가 엉금엉금 기어 다닐 때 문화센터 오감발달 수업을 함께 들은 육아 동기들이었다. 공유할 추억이 많아서인지 부쩍 커버린 아이들 이야기부터 수다 열기가 뜨거웠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끝에 한 가지 주제가 던져졌다. "아이들 키우기 좋은 환경이라는 게 뭘까." 자녀 있는 부모 단 두 명만 모여도 절대 빠질 수 없는 주제다. 사설 교육기관이 얼마나 많이 포진돼 있는지, 산책 나갈 수 있는 공원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 학교들이 고루고루 세워져 있는지 엄마들은 깐깐하게 따진다. 집값이 비싸면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 각자의 기준에 따라 좋은 환경이란 모두 다르겠지만..

시민기자 2021.07.09

오늘의 기사 제안 | 53화 지방에서 출퇴근 3시간... 좋아서 그랬습니다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충만했던 출퇴근 길, 벌써 그립네 유튜브 제작부서에 몸을 담고 있을 무렵, 회사 앞 공원에서 간단한 촬영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차들을 피해 신호등이 없는 건널목을 건너는데 나도 모르게 '꺄르르' 하고 웃었나보다. 그런 나를 보고 피디가 말했다. "작가님, 여기 출근한 사람들 중에 작가님이 제일 신나 보여요!" 맞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나는 출근하면 괜히 신이 났다. 내 방 하나 없는 집구석보다 내 책상이 놓여 있는 그 자리가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티 하나 나지 않는 집안일이 곳곳에 쌓여 있는 '집'보다 애쓰는 만큼 결과가 눈에 보이는 '회사'에 나와 있는 게 훨씬 좋았다. 출근해 있는 동안만은 누구 엄마, 누구 아내, 누구 며느리가 아닌 그냥 나여서, 그래서 신이 났..

시민기자 2021.07.03

아이셋 워킹맘의 고군분투 | 7화 6세 아이의 자가격리로 알게 된 것들

자가격리 중 확진될 수도 있는데... 접촉자 가족 격리는 자율에만 맡겨도 될까 이틀 전, 세 아이를 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에 보내고 분주하게 집 정리를 하던 중이었다. 갑자기 둘째 아이 유치원에서 문자 한 통이 날아오는 게 아닌가. "○○유치원입니다. 본원에서 코로나 확진자(원아 1명)가 발생했습니다." 평화로운 오전 시간이 단숨에 박살 났다. 그 길로 20분 거리에 있는 유치원엘 달려갔다. 선별진료소가 마련돼 원아들이 검사를 받던 중이었고, 검사를 마치는 즉시 아이들을 데려가려는 학부모들이 진료소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대기하고 있었다. 안내하는 선생님 한 분이 거의 모든 학부모의 응대를 하고 있었는데, 한눈에 봐도 혼자 소화해내긴 버거워 보였다. 때마침 둘째 울음소리가 내 귓가를 스쳤고, 콧속을 ..

시민기자 2021.07.03

아이셋 워킹맘의 고군분투 | 6화 환경을 생각합니다, 아니 생각해야 합니다

이 화창날 봄날... 미래에는 공기도 사먹게 될까 두렵다 "엄마, 우리 산책 나가요." 얼마 전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좋은 산책길을 보여주고 싶어서 벼르고 있었던 차였는데 잘됐다. 세상은 온통 초록이 뒤덮고 있는데, 맑은 공기 한 번 맘껏 못 쐬게 해주는 게 미안해서 그래! 오늘은 한 번 나가보자 하고 집을 나섰다. 고민 없이 향한 곳은 집으로부터 20분 거리에 있는 남강변 습지원 산책길. 조금은 덜 정비된 남강변의 상류쯤이 되려나. 맞은편에는 멋진 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잔잔한 강물 위 윤슬은 보기 좋게 일렁이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자연을 보여주려고 애쓰기 시작했다. 직접 보여주는 게 힘들면 각 지자체의 '숲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하거나 아예 '숲 유치원'엘 ..

시민기자 2021.07.03

아이셋 워킹맘의 고군분투 | 5화 처음 쓴 글이 언론사 메인에... 화려했던 데뷔전, 그 후

갑자기 찾아온 글쓰기 슬럼프... 처음부터 큰 성과를 얻은 게 화근이었을까 매일 한 편씩 글쓰기. 휴직하는 기간 동안 세 아이와 씨름하는 일상 속에서 만든 나와의 약속이었다. 글감이 마구 떠오를 땐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써 내려가기도 했지만, 요즘은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고 있다. 마음잡기가 어려워 컴퓨터 앞에 앉는 것조차 힘든 것이 고민이랄까. 누구나 심경에도 굴곡이 있을 수 있다지만,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 곧 내가 미워지는 상황으로까지 번지니 괴로웠다. 괴로움이 길어지면서 괜히 아이들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원인을 알아야 해결을 하지. 찬찬히 내 안의 이유들을 살펴보기로 했다. 초보 작가들이 모여 소소한 글을 쓰고, 그 글들을 한 편씩 메일로 발송하는 메일링 서비스에 참여하고 있다. ..

시민기자 2021.07.03

아이셋 워킹맘의 고군분투 | 4화 새벽 4시에 일어나는 직장맘입니다

미라클모닝을 만나고 달라진 가족의 아침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니 오후 8시. 남편은 이미 저녁을 다 먹고 고장난 수도꼭지를 잡고 끙끙대고 있었고, 아이들은 12시간 만에 엄마를 본 것이 반가워 돌아가며 매달리기 시작했다. 지친다. 휴직 신청으로 즐거웠던 회사 생활을 곧 마무리 할 생각을 하니 더 노곤해졌다. 마지막 업무만 잘 끝내고 내게 끝장나는 휴식을 선사하리. 마법 주문처럼 외우며 아이들을 재우다 같이 잠이 들어버렸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 내 시간이라곤 고작 출퇴근길 두 시간이 전부인 삶. 그것도 두 손은 운전대를 붙잡고 있어 온전한 휴식이라고는 할 수 없는 생활. 내가 이러려고 아이를 셋이나 낳았나, 내가 이러려고 다시 복직을 한 건가. 나를 위한 시간 찾기를 처참하게 실패한 지 세 번의 ..

시민기자 2021.07.03

아이셋 워킹맘의 고군분투 | 3화 학교 돌봄교실 떨어졌는데, 도서관이 저를 구했습니다

'경남형 우리마을 아이돌봄센터' 사업에 선정된 진주 마하어린이청소년도서관 경남 진주 마하어린이청소년도서관을 처음 알게 된 건 방송국에서 시사 작가로 일할 때다. 2018년 10월, '별별인문학'이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곳으로 방송에서 소개할 땐 '진주에 이런 도서관이 있구나?!' 하는 정도였다. 그러다 지난 2019년 12월. 이 도서관이 폐관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 지역의 많은 시민들의 후원과 바람으로 만들어진 진주 유일의 사립 공공도서관이 사라진다고?! 말도 안돼. 재빨리 양미선 관장님을 초대해 방송으로 사연을 전했다. 여러 방송 매체와 시민단체들의 협심으로 다행이 위기는 넘겼고, 무사히 공간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그 인연 이후로도 한 번씩 마음이 가던 도서관. 지나가던 길에 들른 ..

시민기자 2021.07.03

아이셋 워킹맘의 고군분투 | 2화 조금 늦게 태어난 게 뭐가 어때서?

연말생 부모의 초등학교 입학기 "너는 엄마 자격도 없어." 첫째를 낳고 엄마로서 모든 것이 처음인 내게 친정엄마가 지나가는 말로 뱉은 말이다. 이유는 간단명료했다. 첫째 아이를 낳은 날이 12월 29일. 그러니까 그 3일을 못 버텨서 태어나자마자 한 살을 더 먹게 만들었냐는 핀잔에서 나온 말이었다. 첫째 시운이는 원래 예정일보다 닷새나 넘도록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더 버틴다고 해서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산부인과 의사는 뱃속에 양수가 줄어들어 아이가 위험할 수 있다며 겁박하듯 유도분만을 추천했고, 유도제를 맞고도 10시간이 넘도록 출산 기미가 없어 결국, 제왕절개를 했다. 모든 것이 억울했다.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꺼이꺼이 울음을 멈추기도 전에 수술실에 들어갔다...

시민기자 2021.07.03

아이셋 워킹맘의 고군분투 | 1화 '천식 낫게 한다'는 의사의 처방, 따르려니 고민입니다

4년 6개월 경력단절 뒤 복귀.... 열심히 사는 게 주특기인데, 열심히 살지 말라니 "이러다가 말겠지." 작년 9월쯤이었나. 잔기침을 한 번 하기 시작하면 숨이 꼴딱 넘어갈 만큼으로 번졌다. 환절기니까 그럴 거야. 평소 기온이 확연히 달라질 때쯤이면 어김없이 하고야 마는 비염 증상이겠지 하고 넘겼던 게 벌써 해가 지났다. 가족들에게 혼쭐이 나고 나서야 대학병원 진료를 예약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소식이 연일 끊이질 않는다. 대학병원으로 가는 발길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KF94 마스크를 꼭 착용하라고 했고, 호흡기 내과는 병동을 따로 둘 만큼 엄격하게 관리했다. 스쳐 지나는 사람들과의 접촉도 웬만하면 피할 만큼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다. 진료를 받으러 가는 내내 동선과 엘리베이터가 따로 만들어진 것을 보고..

시민기자 2021.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