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 24

돌발성 난청

'천식' 진단을 받았던 제작년 12월이 갑자기 떠오른다. 기침이 석달 간 멈춰지지 않아 찾아간 대학병원. 휴우... 나도 그렇지. 어쩜 석달 간을 아무렇지 않게 견뎠을까. 코로나가 심각해서 여간 눈치도 많이 보였을텐데, 미련하게- 쯧쯧. "불편한 게 아픈 거였을거야." 이번 돌발성 난청 진단을 알려준 친구에게서 되돌아 온 한마디. 다행이 이번엔 5일만에 병원에 찾아갔다. 이것도 남편 잔소리가 아니었다면 한달이 넘도록 병원갈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잊지말자. 내 나이를 ;;;;;) 사무실 이사로 하루종일 혼자 새 사무실을 지키던 중이었다. 무슨 케이블 팀, 전기팀, 인터넷 팀 팀이란 팀들은 다 세분화 돼 있는지ㅠ 오늘 하루 동안 (휴가, 취재, 공가로 팀원들 없음) 나혼자 기본 셋팅은 마쳐놔야 하는 날...

지피지기 2022.08.15

나는 달리지 않았다. 멈추지 않았을 뿐,

처음 마이크 앞에 앉았을 때만해도 오늘을 예상하지 못했다. 평생 마이크만 쥘 줄 알았던 내 삶에 '글'이란 게 우뚝 서더니 글을 쓰고 글을 만지게 했다. 바닥을 내리꽂던 자존심과 허공에 뿌려졌던 눈물들이 '성장'의 열매가 되어 이번엔 또 다른 일 앞에 나를 데려다 놓았다. "임용시험에 최종 합격하셨습니다." 주마등같이 스쳐 지나가는 기억을 붙잡느라 혼이 났다. 처음 마이크를 잡았던 스물 네살, 그리고 15년 뒤 서른 아홉이나 된 내가 지나온 길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것또한 합격의 기쁨을 만끽하는 과정이었으리라. 어떤 순간도 내게 헛된 시간이 아니었다. 발에 땀이 나도록 부산의 온 바닥을 뛰어다녔던 취재 경력부터 갖은 수모를 당하며 끝끝내 버티고 버텼던 방송작가일, 유튜브 만든다고 기차타고 출퇴근 하던..

지피지기 2021.09.18

어차피 비정규직

밤 10시가 안되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인사과에서 필요서류를 보강해달라는 요청을 받은지 3시간 만이었다. 아이들은 남편에게 맡겨놓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속도를 붙여 부지런히 해야 끝낼 수 있는 양이었다. 쉬지 않고 타자를 두드렸고, 아이들을 재우다가 잠이든 남편이 방문을 열었다. "다 했어?" "응, 다했어." 새벽 3시 30분을 조금 넘긴 시각, 6시간을 꼬박 저것(?)을 만드느라 생 노가다를 했다. "구분, 숫자만 좀 챙겨줘. 눈 좀 붙일께." "응." 처음 보강 요청을 받았을 때 머리가 하얬었다. 부지런히 원고와 큐시트를 챙긴 것 같았는데, 폴더가 사라졌던 것. 공용메일을 뒤질까, 같이 일하던 작가들한테 이리저리 연락을 하고 물었다. 그 어디에도 내가 쓴 원고와 큐시트는 없었다. 내가 챙기지 않으..

지피지기 2021.08.14

도전병

새벽 3시 30분에 눈을 뜨고야 말았다. 근 1년 간 숨 한 번 차오르적 없다가 '살려고' '죽지 않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그래봤자 파워워킹, 하루에 '6천보 걷기'지만 말이다. 이틀째가 되니 근육들이 놀랐다. 정강이며 허벅지며 놀란 근육들이 울어대기 시작한다. 그만하라고, 이러다 죽을 것 같다고 항변한다. 후후. 그러나 나는 안다. 요것도 3, 4일이면 곧 잠잠해질 것을.... 몸이 아프니 일찍 잠이 들었다. 유난히 피곤했던 하루였다. 음식량을 줄였더니 금새 배가 고파졌다. 고픈 배를 움켜잡고 빨리 잠이들었다. 7시 이후 먹지 않아야, 그것이 다이어트이므로. 밤 공기가 차가워져서 비염 증상인 콧물이 흘렀다. 일어나서 정비하니 3시 30분... 아... 오늘 일정도 빡센데... 오후를 잘 버틸 수 ..

지피지기 2021.08.11

필사하기 좋은 날, 물론 만년필로!

2018년 5월 어느 날, '필사의 기초'를 쓰신 조경국 작가님의 제안으로 작은 모임이 하나 만들어졌다. 셋째 아이를 가지고 좋은 태교가 없을까, 고민하던 찰나 페북에서 조작가님 피드를 보고 냅다 신청했던 것인데 마침 방송작가일도 시작했던 터라 필사라는 취미가 꽤나 매력적이게 다가왔다. 5개월 정도 꾸준히 썼다. 그 땐 만년필의 매력까진 모를 때여서 모임 회원들이 잉크랑 노트, 만년필 모델 얘기를 할 때 할 말이 없었다. 막 시작했던 작가일로 여유가 없었을 때라 그랬던 것 같다. 필기구의 종류를 떠나 그땐 속 시끄러울 때 뭔가를 끄적이는 것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무엇보다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최고다! 정도로만 여겼던 '필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때와 다르게 필사를 향한 마음이 더 커졌다. 매주 한 ..

지피지기 2021.07.17

시간을 거슬러

세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 나는 이랬다. 예쁘게 단장을 하고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그 큰 공간을 내 목소리로 채웠다. 또각또각 구둣소리를 내며 무대 중앙으로 자리를 옮기던 그 얼마 안되는 걸음들 속에 설렘을 담고 빛나던 순간을 즐겼더랬다. 예상치도 못한 순간에 이런 사진들이 소환될 때마다 나는 '늙음'을 후회한다.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능력밖의 일인데도 그걸 굳이 원망한다. 이래봤자 돌아갈 수 없는 순간인데도 갈망한다. 별글 다음 시즌 주제가 '시간'이라 사진첩을 뒤지다가 발견한 사진이다. 40대가 되어도 50대가 되어도 우아하게 늙고 싶었건만, 어쩌다 나는 '악'을 쓰는 아줌마가 되었나. 젠장. 책상에 앉을 때부터 닭이 아주 세차게 운다. 그렇게 또 날이 밝았다.

지피지기 2021.07.07

코로나 잔여백신 접종 성공

올해 초, 한 사보집에 코로나 백신 관련 글을 집필할 때만 해도 백신 접종이 이렇게 금방 진행될 줄은 몰랐다. 각 나라에서 다양한 백신이 만들어지고 있고, 우리나라는 올해 안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접종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도로만 썼었는데 말이다. AZ(아스트라제네카)는 여성에게 안좋다느니, 20대에겐 별로라느니, 연세 있는 분들에겐 화이자가 좋다느니 하는 검증되지 않은 가짜 뉴스가 넘쳐나고 있다. 중증환자, 기저질환이 없는 상태에선 어떤 백신이든 크게 상관이 없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는데, 내 생각은 그렇다. 어떻게든 기회만 된다면 빨리 접종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 남편은 오전에 얀센을 맞았다. (몰랐는데 남편은 금산면 예비군 소대장이란다) 예약 과정 필요없이 먼저 연락이 와서 접종한 날..

지피지기 2021.06.14

투 제니 (유튜브 뮤직 때문에 알게된 드라마)

유튜브 프리미엄을 쓰고 있다. 유튜브 제작 경험이 있던 사람으로서, KBS 창원 재직시절 끊어놓은 정기결제 덕분에 지금까지 유지되어 오고 있다. 광고없이 영상보는 것에 맛이 들려있으니... 앞으로도 끊지 못할 것 같다. 에잇. 근데, 몰랐던 기능을 최근에서야 발견했다. "유튜브 뮤직" 멜론도 써봤고, Mnet도 써봤고, 최근까지는 지니도 사용해봤지만, 유튜브뮤직을 쓰면서 다른 앱들보다 부족하단 생각은 해본적이 없다. 더 좋은 점들이 있으면 몰라도. 1. 노래만 듣는 앱이 아니라, 동영상도 함께 감상이 가능하다. 2. 내 유튜브 계정에서 봤던 노래, 좋아요를 누른 노래, 오프라인 저장해 놓은 노래들은 자동으로 목록에 저장된다. 3. 특정한 목록을 플레이 해 놓은 게 아니라면 한 곡이 끝난 후, 그 곡과 비..

지피지기 2021.05.27

한국컨텐츠진흥원 평가위원

한국컨텐츠진흥원 평가위원으로 선정된 건, 지난 1월 말이었다. 평가위원으로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고 첫 반응은, '어?! 진짜? 내가????' 평가위원 자격 기준을 보면, 해당 전공분야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이 필수라고 했는데, 리포터 시절 방송 제작 경험까지 포함하면 음, 10년은 훌쩍 넘으니까. 지금 돌이켜보면 예능 프로가 아니라 시사 프로그램 제작만 도맡았던 것이 오히려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연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평가위원이 되고 첫 연락은 4월 초에 왔다. 하필 29일 이삿날이어서 광화문까지 오라는 연락에는 응하지 못했다. 아, 전국단위의 평가니까 맞네. 앞으로 오는 연락도 대부분이 서울이겠다, 싶어 약간 설렜다. 어찌됐든 '집'을 떠나는 거라 마냥 좋아서ㅋㅋㅋㅋㅋㅋㅋ 두번째 연락이 최근에 ..

지피지기 2021.05.25

이사 두 번 했다간 사람 죽겠네

정말, 매일 토하기 직전까지 고민한다. 주방타일을 선택했는데, 그걸 가로로 놓을지, 세로로 놓을지, 엇갈리게 놓을지, 나란히 정렬할 건지 머리속에 생각들이 뒤엉킨다. 겨우 결정했는데, 이번엔 주방 하부장 서랍에 달릴 손잡이가 난리다. 나무 상판을 고집했을 땐 황동색이 잘 어울릴 것 같았는데, 하이막스 오로라 블랑으로 결정한 후에 또 뒤죽박죽, 눈앞에 보이는 손잡이들이 죄다 마음에 안들어 죽겠다. 후드는 생각보다 모델이 쉽게 결정됐는데, 인덕션에서 사흘이나 걸렸다. 평생 살아야 할 것만 같은 이곳에서 그래도 내 마음에 드는 걸 해야 될 것 같은데, 조작 방법도, 색깔도, 제일 중요한 가격면에서도 나는 한참 망설여야 했다. 그러다 너무 잘 분석해 놓은 유튜브 영상을 하나 접하고는 바로 결정. 좀 더 일찍 나..

지피지기 2021.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