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

돌발성 난청

어진백작 2022. 8. 15. 00:42

'천식' 진단을 받았던 제작년 12월이 갑자기 떠오른다. 

기침이 석달 간 멈춰지지 않아 찾아간 대학병원. 휴우... 나도 그렇지. 어쩜 석달 간을 아무렇지 않게 견뎠을까. 

코로나가 심각해서 여간 눈치도 많이 보였을텐데, 미련하게- 쯧쯧.

 

"불편한 게 아픈 거였을거야."  

 

이번 돌발성 난청 진단을 알려준 친구에게서 되돌아 온 한마디. 

 

 

다행이 이번엔 5일만에 병원에 찾아갔다. 이것도 남편 잔소리가 아니었다면 

한달이 넘도록 병원갈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잊지말자. 내 나이를 ;;;;;)

 

사무실 이사로 하루종일 혼자 새 사무실을 지키던 중이었다. 

무슨 케이블 팀, 전기팀, 인터넷 팀 팀이란 팀들은 다 세분화 돼 있는지ㅠ

오늘 하루 동안 (휴가, 취재, 공가로 팀원들 없음) 나혼자 기본 셋팅은 마쳐놔야 하는 날. 

돌아가면서 사람들이 우르르. 혼자 여유있게 내 짐이나 정리할 줄 알았던 나는 

쌔가빠지게(?) 허리 굽혀 뒷일을 정리하고 있었다. 

 

점심시간 갑자기 내리쬐는 햇볕 아래로 새로 오신 계장님, 다른 직원들과 식사를 하러 가는 동안

한쪽 귀가 멍-해짐을 느낀다. 아... 뭐지? 왜 높은 산에 오르면 기압 때문에 귀가 불편해지는 그런 느낌?

으응? 그럼 귀 두개가 전부 그래야지 한쪽만인데? 왜??

조금있으며 나아지겠지~ 하고 그날을 그렇게 바쁘게 하루를 마무리 했다. 

 

그런데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도 증상은 반복됐던 것. 

귀가 아프거나 어지럽거나 이명이 들리거나 그러진 않았는데 그냥! '불편'했다. 

 

5일째가 돼서야 남편 건강검진을 핑계로 조퇴한 날, 병원을 갔고 '돌발성 난청' 이란 진단을 받았네?

 

스테로이드 4알이나 포함된 약을 3일치, 한 알 빼고 3알 포함 약을 2일치 해서 총 5일치. 

약 먹는동안 몸무게도 줄고 이뇨제가 들어있어 화장실도 자주간다 그러던데- 

진짜. 그렇다. 첫날은 새벽에 5번이나 화장실을 갔다. 그런데 그것 뿐이었다. 

의사가 잠을 못자거나 막 얼굴이 달아오르거나 할 수도 있다던데 그런 증상은 없었다.

 

'돌발성 난청'의 골든 타임이 딱 2주란다. 그 안에 치료를 시작하기만 하면 큰 나쁨 없이 나을 수 있는데, 

한달을 넘기면 그 때부턴 치료 불가한 상태까지 갈 수도 있다고. (남편이 나를 살렸군)

 

심한 사람은 어지러움증에 이명에 운전도 못하고 진짜 고생한다던데 나는 뭐... 이정도면 쏘쏘. 

그런데 아침에는 약빨이 떨어져서인지 멍- 한 느낌이 꽤 강하게 든다. 

약 3일치 먹은 경과 치고는 '어? 생각보다 빨리 안낫네...' 조금씩 걱정이 된다. 

 

음악을 들으면 꼭 '저음' BASS 기능을 추가해서 듣곤 했다. 

밴드 음악을 좋아해서 '베이스' 악기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고 있고, 내겐 꽤나 중요한 음질의 '취향'이라고나 할까.  

흠... 그런데 늘 듣던 블루투스 스피커의 '저음' 기능을. 껐다. ㅠㅠ (비장하게 키보드 침...)

 

저음이 잘 인지되지 않아 있으나 마나 한 것 같은 기분. 

사람 목소리로 치면 맑고 깔끔하게 들리지 않고 웅성웅성 하는 그런 상태. 히잉 ㅠㅠㅠㅠㅠㅠ

'저음' 기능을 끈 것이 귀에 훨씬 편했다. 너무 슬펐다. 

여태 잘 몰랐는데, '돌발성 난청' 진단 후 가장 크게 인지된 순간이랄까. 

 

답답한 것은 원인 불명이라는 것. 

다들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냐, 무리 해서 때문이 아니냐 추측하는데 

나도 내가 그걸 모르겠어서.... 이게 그냥 나이 먹는다고 찾아오는 질병은 아닐텐데, 

내가 너무 내 귀를 홀대했던 걸까? 아니면 남편 말대로

(지금도 정말 말도 안된다고 생각이 드는) "운동을 안해서" 일까... ;;;;;

 

평일엔 출퇴근, 7월엔 주말 내내 독박 육아로 지친 내 몸을 돌보지 않았기 때문일까. 

아님, 인사이동과 지하실로 사무실이 이전될 뻔했던 아찔한 사건들 등 직장 스트레스 때문이었을까.  

 

나는 모르겠네. 

 

 

담주 수욜, 피검사 결과와 함께 약간의 차도는 보여야 할텐데, 

한쪽 귀만 멍할 뿐인데 입원을 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이비인후과계에선 응급상황이라고도 하던데-

심하면 고막에 주사도 놓는다던데~~~~!!!!! 꺄악~~~~~~~~

 

스트레스 관리 잘 하고 있다 여겼는데 내 몸은 아니었나보다. 

이렇게 한 번씩 신호를 준다-ㅎ 고맙게도...후훗. 

 

제발 별일 아니길, 돌발성 난청- 도 무사히 지나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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