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 말이 너무 많았는데, 그 때 그 때 기록해 두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그 후회가 고통스럽게 가슴 속을 맴돈다. 예상했던 바, 여기에다 내 마음을 늘어놓을 시간적 여유와 체력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두 곳의 취재 중 한 곳은 거제 <책방익힘> 너무나 황홀했던 취재. 책방을 취재하고 고운 책방지기를 만나고. 그 이야기를 나의 감성으로 쓸 수 있다니... 그 시간을 인정받고 출장비를 챙겨받아 이 모든 걸 누릴 수 있다니. 정말 행복해서 눈물이 찔끔 났던 그 날을 잊을 수 없다.
하지만, 첫 취재가 너무 달콤하기만 했던 걸까. 두 번째 취재는 취재시간을 10여분 앞두고 엎어질 뻔 했다. 인터뷰이가 거절의사를 되게되게 늦게 내게 알려왔기 때문. 허얼- 사진기자도 거의 도착했을 거고, 나도 열심히 가고 있는데 전화상으로 거절을...ㅠ 당황스러웠지만 침착했다. 일단 가서 얘기하자고. 얼굴보고 얘기하자고... 20여분을 설득에 설득... 취재 방향을 바꿔서 겨우 취재함. 아효.
이런 아찔했던 상황이야 리포터 시절 숱하게 겪었던 터라 심리적으로 크게 타격을 받지는 않았다. 하하. 그냥 오랜만에 심장이 쫄깃했네? 정도랄까. 아침 7시 55분 교통방송을 두고 7시 37분에 기상해 경찰청으로 차를 몰고 돌진했던 날만큼, 그렇게 심각했던 것도 아니고...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마감 날짜가 정해져 있는 원고를 쓰는 것은 정해진 방송시간에 방송해야 할 녹음물과 원고를 쓰는 것과 비슷해서 크게 어렵지는 않은데, 글로써 깊이를 더해야 함은 물론, 내가 쓴 기사가 인쇄돼 책자로 찍혀 나오게 되고, 그게 길이길이 남을 거라는 부담감 차원에선 좀 다르다. 그리고 누군가의 결제가 피디 한 사람이 아니라 실장, 계장, 과장, 국장까지 타고 올라갈 걸 생각하면 등줄기에 식은 땀이 금방이라도 흘러내릴만한 압박감.
그래서 더 잘쓰고 싶다. 근데 잘 쓸 것 같다. 풍부한 취재 경험과 꾸준히 글을 썼던 경험이 아주아주. 너무너무 힘이 되고 있단 걸 느낀다. 다만, 두 번의 외부 출장과 두 번의 대체공휴일로 글 쓸 시간이 별로 없다는 10월의 악재가 나의 발목을 조금 잡을 뿐이다.
이번엔 아이들 얘기.
지운이와 채운이의 하원은 각 어린이집 선생님이 도맡아 주셨다. 다행이 연장보육이 가능한 어린이집(지정받은)이 우리 아파트 단지에 있어서 천만 다행이었다. 7시 30분은 물론, 9시까지 봐줄 수 있는 곳이고, 선생님도 두 분이나 계셔서 너무나 다행인 일. 고맙게도 채운이와 지운이는 이 곳을 너무 좋아해줘서~ 적응도 잘해주고. 오히려 선생님이 고맙다고 인사를 건넨다. 지운이가 진주유치원에서 옮긴 어린이집 역시 마음에 들어서 이것도 다행. 뭐든지 자기주도적으로 하는 단설유치원에서의 생활이 지운이를 엘리트로 만들어줬다. 이것도 나보단 어린이집에서 대만족 ㅋㅋㅋ
문제는 첫째다.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학원을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 2학년부터는 돌봄교실에 신청할거라, 그것도 애매하다.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의 학습량과 혼자 챙겨먹을 수 있는 간식, 심지어 저녁 차려 먹는 법도 가르쳐줬는데 잘 안되고 있다는 아빠의 말. 빨리 아이돌봄 선생님이 구해져야 한다ㅠㅠ
큰 일 없이 곧잘 일주일을 잘 넘겼다고 생각했다. 즐겁게 일했고, 글 작성도 막힘이 없다. 그런데 갑자기 셋째가 열이 난다. 그것도 39도. 엄마 일하는 걸 알고 한 템포 제동을 걸어주네. 너무 좋아 날뛰지 말라고 따끔하게 이리 혼을 내 주네. 채운아. 별일 없이 넘어가주길 바라. 낼 아빠랑 병원 잘 다녀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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