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사유

프리랜서의 설움

어진백작 2021. 12. 15. 14:34


공무원증 사진을 올리면서 제목이 저러한 이유- 프리랜서로 15년을 살다 직장다운 직장을 처음 갖는 나로서는 너무 당연한 얘기다. (아, 그렇다고 프리랜서에 대한 비하나 평가절하 같은 얘기는 아니다.) 다만, 그들이 받은 부당한 처우와 주변의 시선, 편견 등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얘기하고자 한다.

프리랜서를 벗어났다는 사실은 저 공무원증을 받으면서부터 시작됐다. 어딘가에 소속되고, 출입이 인증되고, 조직도에 내 이름이 뜨고, 내 자리에 내 번호 내 전화기가 생긴 것 자체가 기쁨이고 설레는 일이었다.

자, 그럼 공무원이 아니었던 시절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1. 프리랜서는 소속감이 없다.

당연한 얘기다. 다니고 있는 직장이 있는게 아니라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을 뿐, 그 어떤 방송국도 그 어떤 단체에서도 나를 책임져주지 않는다. 그래서 프리랜서는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 하고, 스스로 하는 일을 매듭지어야 한다. 홀가분한 기분으로 얽매이지 않는 신분에 자유를 느낄 수 있을지 모르나, 동시에 불안하고 안정감을 가질 수는 없다. 때때로 서러울 때도 있고.

2. 정당한 노동의 댓가를 인정받을 수 없다.

하나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아이템을 정하고 섭외를 하고 취재를 다녀와서 제작을 완성하기까지 일할 시간을 분배하고 정해진 업무를 해냄에 있어 프리랜서는 보장을 받을 수 없다. 내일 오전 9시에 참여하는 방송일 경우, 취재가 전날 저녁에 끝났다고 하면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그게 새벽이라고 할지라도 해내야 한다. 그렇다고 야간 수당이 있느냐고? 그럴리가. 건당 페이를 받는 프리랜서들은 일하는 시간에 대한 보상은 전혀 없다. 그게 당연한 줄만 알고 살았다. 새벽에 원고 쓰고, 새벽에 편집을 하는 일상이 늘 반복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무원 세계에 들어와보니 안놀래겠느냐고. 일과 시간에 다하지 못한 일은 초과근무수당을 받으며 일할 수 있다니... 일한 시간을 칼 같이 계산해 보수로 챙길 수 있는 시스템, 프리랜서에게는 왜 해당이 안되는 것일까.

3. 출장 및 산재 처리

출장비도 마찬가지다. 내가 내 차 끌고 내 기름 써서 외부로 취재를 다녀오는 길이 멀고 험하면 그만큼의 수당을 또 받는다. 밥값도 나오고 기름값도 나온다. 출장비 라는 명목으로 정정당당하게 일하고 받는 페이가 나는 왜 그리 낯설고 신나던지.
리포터 땐, 아이템에 따라 취재지가 결정되는데, 한 건당 받는 페이 안에 이 모든게 포함된다. 그러니까 같은 5만원을 받고도 2시간이 넘게 걸리는 명지(부산)가 취재지일 때랑, 30분 거리의 센텀시티가 취재일 때랑 같다는 얘기다. 시간과 거리에서 소요되는 모든 비용이 획일적으로 책정되는 그 불합리한 상황에서 왜, 왜 그땐 그런얘기를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는가. 한낯 프리랜서 그 자리마저 빼앗길까봐. 우리는 그렇게 밥줄에 얽매이고 구속돼 있었다.


물론 분명한 차이는 있다. 프리랜서로서 내가 나에게 매길 수 있는 '몸값'이 약간의 변수로 작용할 때다. 시간 당 20만원 짜리 사회(40분에 50만원을 받은 적도 있었다) 같은 경우를 생각해보면, 공무원에겐 절대 적용될 수 없는 부분-ㅎ

그렇다고 내가 '공무원'을 찬양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철밥통이라는 인식과 자기 업무가 아닌 일은 '절대로'하지 않는 철저함 등의 부정적인 면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프리랜서'들이 얼마나 부당하고 말도 안되는 대우를 받았는지에 대한 토로(?)랄까. 정반대의 상황을 직접 겪고 보니 비교가 아니될 수 없는 현실이 갑갑하고 분노가 일어 글을 썼다.


취재를 하고 글을 쓰는 건 똑같은데, 일하는 환경이 달라졌으니 비교가 되는 건 당연한 것. 물론 내가 쓰고 싶은대로,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없는 것들도 많다. 그 속에서 또 다른 갈증을 느끼고 고통을 느낄 때도 분명 올 것이다. 그에 대비한 나만의 해결책도 만들어야지.

프리랜서로 15년을 살았던 세월을 모두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나같이 내게 피가 되고 살이 되어 든든한 뿌리가 되어줬기 때문이다. 그것을 발판으로 이 안에서 나는 나의 역량을 펼치면 되는 거다.

프리랜서 들이여. 자신의 부당함을 말할 줄 아는 용기있는 사람이 되자. (나는 그러지 못했지만 ㅠㅠ ) 당신들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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