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사유

불혹

어진백작 2022. 1. 17. 00:33

제목은 거창하지만 나이 한 살 더 먹었다고 풀어놓는 푸념에 가깝다. 서른 아홉이면 뭐 어때서? 마흔이면 뭐- 크게 달라진게 뭐가 있다고?! 라고 호기롭게 내던지기엔 요즘 내가 하는 고민은 진짜 진심, 진지하다. 

 

어릴적부터 유독 견과류를 싫어했다. 술을 들이키던 20대에도 노가리를 먹으면 먹었지, 땅콩을 안주로 시켜먹진 않았다. 아마 길고 긴 나의 치아교정시절, 구조물 사이로 불편하고 기분 나쁜 이물질 정도로 취급하던, 내겐 별 시답지 않은 먹을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걸 한 박스도 모자라 두 박스로 주문할 줄이야. 

 

건강검진 결과가 예사롭지 않게 나왔기 때문이다. 콜레스테롤 수치하며, 당화혈색소가 경계 수준의 빨간색 숫자로 결과지에 표기가 됐는데, 아무렇게나 먹어도 멀쩡하던 내 몸둥아리가 아무렇지 않지 않다는 얘기를 저렇게 하나- 싶어서 긴장됐다. 약을 먹을 정도는 아닌데,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수치여서 나는 내 건강을 다시 되찾기로 마음 먹었다. 

 

그동안 건강관리가 다이어트 수준이었다면, 이번엔 단단히 각오를. 일단 저 위험수치들을 좀 낮추고- 식단조절에 힘쓰다 보면 자연적이게 살은 좀 빠지겠지 싶어서. 운동도 할 수 있으면 너무 좋으련만. 나는 6시에 일어나 10시 30분에는 잠들어야 해서. 진짜 운동할 시간이 없다ㅠ (이것도 핑계일까)

 

도청 내 사무실이 3층에 있고, 그 3층을 계단으로 오르내리기를 많을 땐 4번 정도?! 규칙적인 스케줄(6시 기상 11시 취침) 점심, 저녁도 왠만하면 식당밥으로 해결하니 나는 살이 빠질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왠걸. 쓰고 싶은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은 제법 글쓰기가 '스트레스'로 작용하는데, 그걸 달래주는 것이 바로 '당' 이고 가장 쉽게 섭취할 수 있는 것들이 군것질(과자, 초콜릿) 뭐 그런 것들이기 때문이다. 아, 믹스커피도 추가요.

 

특히 소통기획관실에 들어가 2시간 짜리 회의를 하고 나오는 날엔 팀원들 넷다 당이 땡기고 열불이 나서ㅋㅋㅋㅋㅋ 마트로 직행, 아이스크림을 우걱우걱 씹어먹기도 한다. 

 

이것만 했으면 그래, 다른 팀원들도 나만큼 건강이 악화되야 맞지만, 나는 여기에 한 술 더떠서 길고 긴 출퇴근 길에 사탕, 초콜릿, 빵조각을 습관처럼 먹으며 다녔으니- (잠을 쫓기위해서 혹은 저녁을 건너뛰었을때) 3개월만에 결과가 이리 나올 수 밖에. 

 

그래서-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들은 애써 외면하는 중이다. 단 것은 먹지 않기, 밀가루 섭취 줄이기, 고기 반찬 줄이기, 인스턴트 음식 줄이기, 커피도 왠만하면 시럽 뺀 아메리카노나 라떼로. 뭔가가 씹고 싶으면 견과류로. 단백질 식단 강화하기 등등등. 

 

2022년 한 해는 건강지수 높히기. 원래 이런 다짐은 5, 60대 때 하는 거 아닌가..... 싶어 좀 부끄럽지만, 그래도. 

 

40대에 접어든 소감- 이제 안정기에 들어선 듯한 느낌. 물론 그 안에서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겠지만. 좀 더 지혜롭게 세상을 대하고 긍정적인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내가 맡은 바 임무를 소홀히 하지 않는 책임감을 지녀야겠다는 생각. 대단한 건 없다. 일상을 유지하고 조금씩 발전해간다면 그것만으로도 잘하고 있다 스스로에게 칭찬할 수 있는 넉넉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불혹, 그게 뭔 대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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