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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근황이야기

할 말이 너무 많았는데, 그 때 그 때 기록해 두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그 후회가 고통스럽게 가슴 속을 맴돈다. 예상했던 바, 여기에다 내 마음을 늘어놓을 시간적 여유와 체력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두 곳의 취재 중 한 곳은 거제 너무나 황홀했던 취재. 책방을 취재하고 고운 책방지기를 만나고. 그 이야기를 나의 감성으로 쓸 수 있다니... 그 시간을 인정받고 출장비를 챙겨받아 이 모든 걸 누릴 수 있다니. 정말 행복해서 눈물이 찔끔 났던 그 날을 잊을 수 없다. 하지만, 첫 취재가 너무 달콤하기만 했던 걸까. 두 번째 취재는 취재시간을 10여분 앞두고 엎어질 뻔 했다. 인터뷰이가 거절의사를 되게되게 늦게 내게 알려왔기 때문. 허얼- 사진기자도 거의 도착했을 거고, 나도 열심히 가고 있는데 전화상으..

오직사유 2021.10.12

마음공부

당장 10월 1일이 첫 출근인데, 둘째 하원이 문제다. 마치고 픽업할 사람이 없어 결국, 유치원을 옮기기로 마음 먹었다. 구하고자 했던 아이돌봄 선생님이 배치되기 까지는 시간이 얼마나 필요할지 모른다. 갓 백일을 넘긴 채운이를 선생님께 맡겼을 땐, 태어나자마자 했던 신청이었다. 서너달의 여유가 있었단 얘기다. 그러니 알아본지 보름도 안된 시간에 돌봄 선생님이 짠! 하고 나타날 리?! 없다. 당연하다. (내가 합격할 걸 미리 알았나? 결정이 나고 진행을 해야 할 것이 아닌가. 근데 아무런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나를 탓하는 남편이 너무 남. 편 같아서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이게 나만의 문제인가.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가?) 칼퇴를 해도 집에 도착하면 7시 20분~7시 30분이 될터. 5시 막내 하원부터 둘..

오직사유 2021.09.28

어쩌다 캠핑

동계 캠핑을 준비 중인 남편이다. 세 아이의 갓난쟁이 시절, 지하 땅끝까지 숨겨놨던 자신의 욕망을(그래봤자 캠핑) 슬금슬금 끄집어 올리더니 캠핑 난로를 냅다 지르는 거다. 이제 막내가 지 알아서 다치지 않고 잘 다니니까 저래 용기를 내더라고. 간도 크지. 애 셋을 데리고 동계?!?!? 동~계~에?!?? ㅎㅎㅎㅎ 미쳤다. 미쳤어. 예행연습이나 마찬가지였다. 난로를 가져갈만큼 춥지는 않았지만 어젯밤은 바람이 꽤 불었다. 시시각각 하늘의 구름 모양이 달라지고 낮에도 타프 밑에 앉아만 있으면 땀은 맺히지 않았다. (열심히 캠장들을 정리하는 남편은 땀으로 샤워;;;) 오후 내내 잔디밭을 뛰어 놀던 아이들을 9시 땡하자 마자 억지로 재웠다. 밖은 시끄러운데 잠이 오나 어디. 그치만 아이들도 피곤했었는지 30분도 안..

육아전쟁 2021.09.27

라미챌린지-필사7일

나란히 예쁘게 놓고 싶었는데 사진 정렬을 하다 실패했다. 아쉽지만 이렇게라도 글을 써보자, 하고 오랜만에 티스토리에 들어왔다. 한동안 마음이 바빴다. 이리저리 벌여놨던 일들을 정리하고 수습하는 과정이었다. 필요한 분들에겐 알리고 감사하단 말을 덧붙였다. 축하를 받고 응원과 격려를 함께 받았다. 바빠진 마음이 하나 더 있다. 곧 이런 여유는 꿈도 꾸지 못할, 어마어마한 시간들이 내 인생에 들이닥칠 것이므로, 나는 죽어라도 '필사'를 했다. 때마침 라미에서 이벤트를 내걸기도 했지만, 좋아하는 책 구절과 작가, 느낌을 알릴 수 있는 피드를 매일 올리느라 나도 꽤 즐거워했던 것 같다. 그간 필사하려고 끄적여놨던 노트만 다섯개 정도나 됐다. 하다가 멈춰버린 책이 다섯권이나 된다니, 조금 많이 부끄러웠지만 공개해버..

오직사유 2021.09.23

나는 달리지 않았다. 멈추지 않았을 뿐,

처음 마이크 앞에 앉았을 때만해도 오늘을 예상하지 못했다. 평생 마이크만 쥘 줄 알았던 내 삶에 '글'이란 게 우뚝 서더니 글을 쓰고 글을 만지게 했다. 바닥을 내리꽂던 자존심과 허공에 뿌려졌던 눈물들이 '성장'의 열매가 되어 이번엔 또 다른 일 앞에 나를 데려다 놓았다. "임용시험에 최종 합격하셨습니다." 주마등같이 스쳐 지나가는 기억을 붙잡느라 혼이 났다. 처음 마이크를 잡았던 스물 네살, 그리고 15년 뒤 서른 아홉이나 된 내가 지나온 길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것또한 합격의 기쁨을 만끽하는 과정이었으리라. 어떤 순간도 내게 헛된 시간이 아니었다. 발에 땀이 나도록 부산의 온 바닥을 뛰어다녔던 취재 경력부터 갖은 수모를 당하며 끝끝내 버티고 버텼던 방송작가일, 유튜브 만든다고 기차타고 출퇴근 하던..

지피지기 2021.09.18

우리가 사랑한 계절, 가을

작년 가을엔 스치는 바람에도 울컥 눈물이 나더니, 올해는 시작이 꽤 괜찮다. 친구와의 우정여행은 베스트 중에 베스트에 속했고, 곧 있을 채용 발표에도 훈풍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가을에 가장 많은 이별을 했다. 그 이별들 때문에 늘 겨울은 혼자였다. 그러다 다시 봄이 되면 마음이 울렁거리고 뜨거운 여름을 보냈더랬다. 가을은 마치 차분히 가진 것들을 내려놓고 잡은 손을 놓고야 마는, 내게는 그런 계절이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이 왔다. 흔들리지 않고 곧장 앞을 봐야 하는 앞길에 '가을'은 영락없는 훼방꾼이 되어 마음을 흔든다. 그러지 말라고 다그칠 겨를도 없이 어느새 내 옆구리에 들어차는 바람이 그렇다. 저리가! 저리가라구!! 이번엔 눈물 바람 가을을 만들지 않을거야. 그러니까 너도 방해하지마. 다짐하면..

오직사유 2021.09.15

당신에겐 어떤 트라우마가 있나요?

너도 나도 '로코 장인'이라고 타이틀이 붙는 배우들, 갯마을 차차차에 신민아도 그렇지만, 내겐 단연 '서현진'이다. 코믹, 멜로, 로맨스를 넘나드는 연기력과 입에 착 달라붙는 딕션처리는 극 몰입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대됐던 드라마였는데, 세상에. 뭐한다고 종영이 되고서야 보게 됐는지 ㅋㅋㅋㅋㅋㅋㅋ 포스터만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로맨스물 같지만, 신기하게도 '스릴러' 줄기가 나란히 간다. 누군가는 그래서 어디 하나에도 몰입할 수 없었다고 하던데, 그런 스릴러가 있었기에 두 주인공의 마음이 더 단단히 서로를 붙잡을 수 있게 돼, 나는 찬성. 그리고 그 스릴러 역을 너무나 잘해준 윤박이란 배우에게도 박수를. 세 사람의 7살은 모두 악몽 그 자체였다. 그 누구에게도 어린아이가 느낄 수 있..

오직사유 2021.09.09

미친 봄밤, 림태주

겉으론 워낙 차분한 상태이지만 마음만은 널뛰기 중일 때, 몸과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힐 수 있는 '필사' 어제 오늘, 필사로 조용한 오후를 보내고 있다. 면접은 잘 보고 나왔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대답을 잘 못한 것만 기억나서 괴롭다. 전체적인 느낌은 나쁘지 않았는데, 실수한 건 아닐까? 되묻는 내 질문에 조금 날이 선 상태랄까? 그래도 최선을 다했으니 이젠 '운'에다 맡겨야지. 라고 필사를 하면서 되내이고 되내이는 중이다. 그래도 림태주 작가의 글 때문에 피식피식 웃고 잠시나마 108 번뇌를 잊을 수 있었다. 내가 보기엔 족히 50대는 훌쩍 넘어보이는데, 어쩜 이런 글을 쓸까? 저 감성은 어디에서 만들어져서 어떻게 나오는 걸까? 옴마야. 비유법 보소. '온 동네 라일락들이 다 듣도록 소리쳤다' 귀에 꽂힌..

오직사유 2021.09.07

오르막길

8월의 끝자락에 태어난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여름을 참 싫어한다. 오늘도 분리수거를 하러 다녀오면서 모기한테 2방이나 물렸다. 계속해서 더워진다고 하는데 벌레 많고, 더위에 약해진 내가 견딜 수 있는 여름은 앞으로도 쭉 없을 것 같다. 생일이 지난달 28일 토요일이었는데, 남편은 하필 금토일 야간 근무까지 해야했다. 물론 독박육아는 자신 없었고, 번아웃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왔다갔다 하는 요즘이 과연 체력의 한계인지 아니면 의지의 문제인지도 가늠하지 못할 정도가 됐다. 그렇게 아주아주 정신이 쇠약해져있는 상태에서 나는, 서른 아홉번째 생일을 맞았다. 아직은 케이크에 꽂힌 촛불 끄기에만 신나하는 애들이라, 뭐- 엄마 선물이야 기대하지 않았지만 나의 생일은 무척이나 소중하므로! 남편한테 받을 선물로 당당히 생일..

오직사유 2021.09.02

고인물

원고 폴더가 보이지 않을 때, 공용메일 비밀번호를 알 만한 다른 작가들에게 연락을 돌리면서 알게된 사실이 하나있다. 나를 괴롭혔던, 내 후임 자리에 왔던 스물 두 살의 어린 보조 작가에게 언어폭력 및 갑질행위와 비인간적인 행동을 일삼은 모 작가와 관련된 후일담이었다. 모 작가의 그런 역겨운 행위들로 피해를 입은 것은 방송국을 떠나게 된 당사자 뿐만이 아니었다. 일련의 사건들을 겪고, 그 아픔을 고스란히 품은 어린 보조작가도 함께 방송국에서 내팽게쳐졌기 때문이다. 나는 용기가 없어 하지 못했던, 어린 나이로선 절대 감당할 수 없었던 시간들을 오로지 깡으로 버틴 어린 작가는 문제를 일으켰다는 비난을 받았다. 사회초년생인데... 예쁨과 격려만 받아도 모자랄 그 나이에... 자신에게 몰려오는 손가락질을 어떻게 ..

작가세계 2021.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