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거창한 사업가의 '사업'이 아니라 지역에서 소소한 사업들을 열고, 진행해 가는 사람들은 도대체 저런 일을 어떻게 해내나? 궁금했던 적이 있다. 계획성, 추진력, 지역성, 사업비 처리까지 척척 해내는 지역의 선배님들, 그리고 젊은 친구들을 봐오면서 그 역량들은 어디서 준비되나... 궁금했었는데, 바로 이거였다.
'지역문화 전문인력 양성사업'
지역문화전문인력이란?
- 지역문화의 기획, 개발, 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갖춘 사람 (지역문화진흥법 제 2조(정의) 8항)
문화예술 활동 및 문화컨텐츠 등을 활용해서 지역주민이 스스로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변화를 촉진, 주민과 함께 다양한 사업을 기획, 실행, 집행해 지역문화를 창조, 지역의 사회,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전문성을 갖춘 문화인력이라고 설명하고 있고, 특정한 지역 행정구역 또는 공통의 역사적 문화적 정체성을 이루고 있는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문화사업 관련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직업적)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일컫는단다.
6월 초, 지역문화전문인력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별글 예린작가에게 정보를 접하고 신청서를 넣었다. 수료를 받고 내년 초에 멋진 사업을 같이 해보자는 제안 때문이었다. 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신청서에는 자신의 지역에서 문화사업 하나를 진행한다면 어떤 사업을 할 것인지에 대한 '기획서'를 첨부해야했다.
기획이라고 하면, 유튜브 제작부서에 있을 때, 한 컨텐츠 제작에 앞서 아이디어 회의랍시고 이것저것 생각해내던게 전부여서, 문화기획은 어떤 걸 해야하는지, 또 기획서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 막막했다. 컨텐츠 기획 도서(황효진 지음 / 나만의 콘텐츠 만드는 법 / 유유출판사) 를 찾아보고, 강의를 들어가며 생각을 정리했다. 며칠을 고민한 끝에 어설픈 기획서를 서너장 작성하고 예린작가와 한 두번의 의견교환을 거쳐 제출했다. 그런데 그게 덜컥 선정된 것이다.
12월까지 양성과정은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정해져있었다. 입문과정, 지역과정, 통합과정의 정규과정과 심화과정을 거쳐야하는데, 이를 모두 수료하면 지역문화 전문가로서 활동에 필요한 인적 네트워크 교류 및 형성이 가능해지고, 지역의 특성과 한계 등을 파악, 건강한 문화환경을 만들 수 있는 자기 능력이 향상된단다. 이론, 현장실습, 멘토링 등 지역 맞춤형 교육구성으로 창의적 기획력을 가진 지역문화전문인력으로서의 성장을 갖추게 된다는데...
입문과정 4시간 가량의 교육을 들으면서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나는 지역의 어떤 문화를 나다운 구성으로 사업을 이끌어 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 예린 작가와 내린 결론은 이랬다. 우리 때만 해도 제대로 공연하나 보러 갈려고 하면 서울로 가야하는 수고스러움을 다분히 겪지 않았나.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환경을 물려줄것인가? 어떤 재미난 일을 만들어내서 지역에서도 충분히 신나고 재미있게 살 수 있게 할까? 우리가 그 일을 조금씩 해내보자! 하고.
나는 7기 교육생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주위에 선배님들이 꽤 있었다. 리얼리즘 R 시즌 2 마지막 편 제작에서 만났던 '모우미' 유대현 대표와 서한나 팀장, MBC 경남 라디오 방송으로 인연을 맺은 김경남씨, 그리고 2018년 필사모임 때부터 나를 예뻐라~ 해주시는 우리 이미경 님까지. 죄다 5기 선배님이시라는 ㅎㅎㅎ 신기한 인연들에 감사한다. 진심으로.
몇 주 전 남편과 밥 먹으러 간 자리에서 만나, 몰래 밥값까지 계산해주고 가신 미경언니네 공방에 방문했다. 5기 선배님이신 건 전혀 몰랐고 밥 사주신 것에 대한 보답도 할 겸, 언제 한 번 꼭 공방에 들리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미경 언니는 내가 7기로 교육을 받게 됐다는 사실에 내 일처럼 기뻐해주셨다. 진주에는 여기에 신청하는 사람이 잘 없어서 아쉬운 마음이 컸는데, 아직 젊고 활기찬 지혜씨가 이 일을 하게 됐다니까 너무 다행이라고. 제가 이걸 잘 해낼 수 있을까요? 라고 고민하던 내게 지혜씨가 걸어온 모든 길이 다 이 일을 해낼 수 있는 역량을 쌓았던 것들이라고. 힘이 되고 살이 될 조언들을 아낌없이 건네주셨다.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고 '관계'다면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찾아오라는 말씀과 함께~
1. 정말 '나' 다운 것을 할 것.
2. 그 사업에 '진심'일 것.
3. '사람'을 잘 만날 것.
기획이니 계획이니 하는 것들은 죄다 기술적인 문제여서 그건 배우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모든 차수를 다 듣고 교육을 마무리하면 또 어떤 생각이 들지 모르겠지만, 지금 딱 드는 느낌은....
사람만나는 거 연습했던 리포터 MC 시절과
구성능력을 키울 수 있었던 방송작가 시절과
유튜브 제작, '별글' 활동으로 컨텐츠를 제작해보는 경험까지-
진짜 이 길을 위해 달려온 건가? 싶을 정도로 신기한 기운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거다. 소오름.
해보면 알겠지. 내가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지는.
이왕 시작한거 기획서로 문체부 장관상도 노려보자!! 재미있게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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