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

이사 두 번 했다간 사람 죽겠네

어진백작 2021. 4. 7. 06:20

 

정말, 매일 토하기 직전까지 고민한다. 주방타일을 선택했는데, 그걸 가로로 놓을지, 세로로 놓을지, 엇갈리게 놓을지, 나란히 정렬할 건지 머리속에 생각들이 뒤엉킨다. 겨우 결정했는데, 이번엔 주방 하부장 서랍에 달릴 손잡이가 난리다. 나무 상판을 고집했을 땐 황동색이 잘 어울릴 것 같았는데, 하이막스 오로라 블랑으로 결정한 후에 또 뒤죽박죽, 눈앞에 보이는 손잡이들이 죄다 마음에 안들어 죽겠다. 

 

후드는 생각보다 모델이 쉽게 결정됐는데, 인덕션에서 사흘이나 걸렸다. 평생 살아야 할 것만 같은 이곳에서 그래도 내 마음에 드는 걸 해야 될 것 같은데, 조작 방법도, 색깔도, 제일 중요한 가격면에서도 나는 한참 망설여야 했다. 그러다 너무 잘 분석해 놓은 유튜브 영상을 하나 접하고는 바로 결정. 좀 더 일찍 나타나지 그랬니 ㅠ

 

싱크볼에 수전에 벽에 걸 선반, 이케아 구매 대행에 맡길 목록들까지 정리하느라 뭘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오후 나절이면 녹초가 된다. 생각밖에 안한 것 같은데 몸이 축나는 것이 너무 싫다 ㅠ 이사 업체 견적 내는 일만 남았다. 4월 30일은 손없는날이라 가격이 두배 가까이 오를 것이고, 가격을 떠나 그 날은 모든 이사 업체가 이미 마감. 우린 그런 거 안따지기로 하고 29일로 하루 당겼다. 그래도 처음 낸 견적이 무려 220만원.... 짐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나 뭐라나. 내 반창고 하나 없는 이 집에 도대체 무슨 짐이 그렇게 많길래.... 또 서글퍼졌다가 결국, 도망쳤다. 김선호 카페 '선호하다'로.  

 

수지보다 이쁜 김선호가 결국 신민아(여주로 몇명의 여배우가 거론되고 있었다)랑 캐스팅이 결정 됐다. 어라? 제목도 정해졌네. 감독이 '오나의귀신님' 연출한 분이시라고- 음, 좋아. 이번에도 꼭 대박나라 선호. 도망쳐 온 보람이 있다. 입가가 축- 쳐졌던 나날이었는데, 신기하게도 씩 입꼬리가 올라가는 거 보니 선호가 만병통치약인 것만 같다. 얼마 전엔 처음으로 선호 꿈을 꿨었는데, 선호가 지금 소속사가 마음에 안든다고 나한테 토로하더라. 진심으로 토닥여줬다. (꼬옥 안아줄것 그랬다.)

 

별글 시즌 3 글을 써야 하는데, 큰일이다. 뭐라도 정리가 돼야 글이 손에 잡힐 것 같다. 그냥 다 해놓은 집에 들어가 살면 적당히 포기하면서 잘 적응할 것 같은데, 죽을 맛이네 그냥. 

 

전환이 필요하다. 콧바람 쐬기가 절실하다. 담주 화욜이 그날이다. 림태주 작가가 순천에 온다. 은유 작가 방문도 아닌데 그 거리를 달려가 봐야겠다고 마음 먹게된 건, 림태주 작가가 쓴 책의 단 몇 줄이었다. 그 몇 줄이 10줄이 되고, 책 한 권이 되더니, 페친을 맺고 페북에 올라온 글들을 보니까 그 사람이 더 궁금해졌다. 생긴 건 꼭 산 속에 살고 있는 도사 분위기인데, 글은 마시멜로우 같다. 마시멜로우를 달큰한 고추장에 찍어먹는 그런 느낌?!(얼굴을 보고나서 이런 이미지가ㅋㅋ)

 

박웅현, 유시목, 은유, 림태주 시인. 좋아하는 작가가 한 명 더 생긴 것이 꽤 만족감이 크다. 순천행이 참 기대된다. 이번 주말이 되야 제대로 윤곽이 들어나지 싶다. 이사 두 번 했다가 진짜 사람 죽겠네. 누가 나 좀 살려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