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사유

2020년을 보내버리자

어진백작 2020. 12. 31. 23:56

고생했다 막내야

 

일상의 절반 이상을 빼앗아 가버린 코로나 때문에 2020년은 다신 떠올리고 싶지 않은 해다. 다행히 해를 넘기기 전에 자가격리 해제 전 검사 통보를 받아서 기분이 조금 낫네. 여차여차 사연 많았던 올 한해. 그래도 아이들은 꾸준히 자랐다. 

 

기억이 잘 나지 않아 인스타를 쭈욱- 내려봤다. 그렇게 백지혜로 살겠다며 내 이름을 부르짓고 외쳐 살았지만 세 아이로 시작해서 세 아이로 끝이나 있더라. 그래. 운남매들도 내 삶의 일부이니, 내년엔 좀 더 경건하게 너희들을 받아들이겠다. 푸하하. 

 

부족한 작가로 3년 차에 접어든 채 KBS로 이직을 한 것이 내겐 가장 큰 이슈였던 2020년. 정리하고 이직하고 적응하느라 눈 코 뜰새 없이 바빴던, 영상과 유튜브의 매력에 취했던 하반기였다. 그리고 하나 더 이룬 성과가 있다면? 작가 타이틀 달고 처음으로 글 써서 돈 벌었던 8월, 산청군 베리류사업단 홍보책자 만들기에 참여한 것. 그 때의 인연으로 앞으로도 기업 사보집 집필은 꾸준히 할 수 있게 됐다. 내겐 너무나도 소중한 기회... 그 기회를 안겨주신 조경국 작가님께 앞으로도 충성을 다 할 생각이다. 정희언니의 소개로 김해 아카이브 기록 사업에 도전했던 것도 뜻 깊은 경험이었다. 르포 작가로서 앞길을 다질 수 있는 그것 또한 소중하고 색다른 경험이었다. 권작가님을 포함해 함께 했던 분들께도 감사한 마음이다.   

 

허투루 보내지 않고 매번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한 발버둥은 올해도 꾸준히 있었다. 다만, 새로운 걸음이었기에 뭔가 들뜨고 진중하지 못했던 건 아닌가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내년엔 더 프로답게 해보자. 도전 말고, 다지는 시간 말이다. 씨앗 심는 시간 말고 땅을 밟고 물을 주고 새싹을 틔워내는 사람이 되자.  

 

그와중에 위기도 있었다. 바닥 끝까지 내려 앉았던 가을의 끝자락. 노래 한 곡에, 연락 한 번에 힘없이 흔들렸던 상처. 아물었지만 아직 흔적은 남아있다. 마음 컨트롤을 누구보다 잘 하고 있다고 여겼던 내게 주는 엄중한 경고였다. 잘 헤쳐나갔고 잘 마무리했다. 그 때 일어설 수 있게 도와준 내 친구 수현이. 늘 사랑해. 

 

또, 남편을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구나. 부부사이가 늘 좋을 수 만은 없구나를 이 사람을 만나고 8년만에 처음 알게 된 한 해여서 올 한 해는 특별하다. 거의 모든 부부가 그렇게 산다고 하는데, 오우. 내게는 아주 신선하고도 위험했던 한 해였다. 설레고 핑크빛이었던 우리 사랑은 셋째를 만든 것으로 생명을 다 한 것 같다. 가뿐하게 우정으로 나가자. 내가 의리 하나는 징하게 들고 가는 주의라 평생 그거 하나만은 잘 지킬 수 있다. 이제 사랑은 다른 사람과 하자. (당신은 아이유와 나는 김선호와)

   

매번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엄마 때문에 고생한 우리 운쓰들. 크게 아프지 않아줘서 너무 고맙고, 그 빈 자리 메워주느라 애쓴 남편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 아빠도 늘 그자리에 계셔주셔서 고맙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동생 민수야. 제발 좀 정신차리자.  

 

안녕.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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