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사유

착한 영향력

어진백작 2021. 1. 8. 01:47

1월 1일. 내 행복을 위해 했던 제일 첫 번째 실천은 '김선호 팬클럽'에 가입한 거였다. 아니 그냥 드라마에 나오는 모습만 보면 될 것이지 무슨 팬클럽씩이나 가입을 해?!?! 라고 할 나이에 내가 그러고 있다ㅋㅋ 공유와 넬을 내려놓을 정도면 말 다했지 뭐. 흐뭇해져서 보기 시작한 '선호' 영상이었는데, 보면 볼 수록 이 녀석 매력에서 빠져 나올 수가 없다.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봤다. 1박 2일 멤버로 활동한 지 1년이 넘었다. 카메라를 등지고 서질 않나 얼레벌레 동공지진으로 등장했던 그는 참... 맑고 순수하다. 겸손하고 예의가 바르면서 동료들을 챙기는데 마음을 아끼지 않는다. (사실 1박2일 시즌4 전 멤버가 그렇다.) 밝고 명랑하고 매너 좋고 따뜻하고 스윗하다. 이 모습들을 다 연기라고 한다면, 꾸며진 모습이라고 한다면 얘는 진짜 천재인거다. 

 

퇴폐미와 관능미에 끌렸던 적도 있었다. 근육질까지는 아니더라도 섹시미에 빠졌던 때도 있었던 것 같다. 착한 남자는 멋이 없다는 편견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랬던 10대를 보내고, 20대를 지나고, 30대 끝에 다다라서야 '순수미'의 정점을 찍은 김선호라는 남자를 찾았다. 아니, 내 눈에 그가 들어왔다. 

 

착하다는 표현이 너무 진부하지 않은가. 착하다고 하면 뭔가 매력이 반감되는 듯한 느낌도 없지 않았다. 그래서 별로 와닿지 않았는데, 왠 걸. 김선호는 '선한 영향력'이 몸에 베인 사람같다. 보고 있으면 나도 막 착해지고 싶다. 착하게 살고 싶고 착한 일을 하고 싶다. (실제로 팬클럽에선 헌혈증과 연탄 기부 활동을 벌이고 있음) 마음이 맑아진다. 안그래도 웃는 표정인데, 광대가 내려올 줄을 모른다. 천식엔 스트레스가 쥐약이라는데, 김선호가 내 스트레스 지수를 '0'으로 만들어 준다. 나한텐 귀인이다.

 

매주 일요일이면 이 선한 영향력을 받을 수 있다. 좋은 기운 얻어서 나도 착하게 살고 싶다. 악다구니에 받쳐 소리지르는 엄마가 아니라 '순'하고 '참한' 사람이고 싶다. 그런 마음을 가지게 만든다. 보면 볼수록 참 신기한 사람이다. 

 

# 원래 이런 글을 쓰려고 한 거 아닌데, 옆에서 자꾸 남편이 말을 걸어서.... 집중이 안되네. 아씨. 

 

남편도 세상을 참 착하게 살아온 사람이다. 그런 매력에 끌렸던 건지도 모르겠다. 선하고 깨끗하고... 어쩜 지금 내가 김선호한테 느끼는 감정을 똑같이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 지금 마음에 안드는 부분들은 내가 잘 못해서 인가...? 같이 사는 나 때문에 저렇게 변한걸까. 아님 내가 잘못 본건가... 저 사람이 철저히 숨겼던 건가.... 풉. 

 

그런 남편이 김선호가 좋다고 폰 메인화면에 도배를 해놓고 유튜브를 보고 1박2일을 보고 헤벌쭉 웃고 있는 나를 향해 악담을 퍼붓는다.

 

"나중에 김선호가 마약하고 도박하고 그랬단 뉴스 보고 식음을 전폐하거나 울고불고 그러지 마라"

"김선호는 그런 애가 아니에요."

"당신처럼 그렇게 믿고 있다가 발등 찍힌 팬들이 있어~ 울고 불고 우울증 걸려서 집에서도 안 나오고 난리라더라."

"도대체 누구 팬이길래?"

 

"응. 있어. 박유천이라고."

"..............................................."

"걔 이름이 무려 믹키유천이었어. 꼭 기억해~"

 

질투가 아니다. 진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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