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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나이트오프-이이언

어진백작 2021. 10. 16. 23:59

https://www.youtube.com/watch?v=79OofckldsM 

 

2004년, 넬을 처음 알았을 무렵- 생전 몰랐던 '밴드'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직접 연주했다는 건 아니다. 기타, 베이스, 드럼, 보컬이 기본 구성이라는 사실도 몰랐을 때니까. 당시 넬은 언더밴드로 활동 중에 서태지의 눈에 띄면서 메이져로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리게 됐다. 서태지 밴드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던 넬의 의지를 응원하고 또 응원했다. 이젠 뭐, 장수밴드 계열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라 지금의 위상을 굳이 설명하진 않겠다. (아직 모르는 사람들도 많지만ㅋ)

 

넬 공연을 보러 홍대를 기웃거리고, 언더 밴드들을 하나 둘 씩 알아갔던 어느 날, 나는 '못'이라는 밴드를 알게 된다. '날개'라는 노래를 듣고 굉장히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난, 이들의 음반을 사고 한동안 늪에 빠진 것 마냥 헤어나오질 못했다. 가사가 너무 아름다워서, 목소리가 너무 신비로워서 꼭 뭔가에 이끌리듯 듣고 또 듣고, '못'이란 세계에서 허우적댔다. 

(넬만큼은 아니었지만 지금도 '날개'를 들으면 소름이 돋아서 한동안 '멍'해진다)

 

그러다 잊었다. 활동이 멈췄고, 사는 게 바빴고, 넬에 온 신경세포를 쏟아붓느라 그랬던 것 같다. 그러다 몇달 전 유튜브뮤직의 신기한 알고리즘으로 나는 '나이트오프'라는 그룹을 알게 된다. (정말, 운명처럼)

 

https://www.youtube.com/watch?v=x-k8gL_r__U 

 

'잠' 이라는 노래를 우연히 듣는데, 18년 전 '못'이 떠올랐다. 음색이 다른 것 같은데? 충분히 의심스러웠지만 비슷한 그룹이 또 나왔나보네~ 넘겨버렸다.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못'. 그 때 검색해볼걸. 좀 만 알아볼껄. 뭐가 그리 바빴는지 노래에 심취하기만 했다. 다른 사실들은 차치하고 분명한 건 내가 '못'을 떠올려다는 거다. 

 

그런데 또 어느 날 (우연의 연속은 운명이라던데)  이 노래가 흘러나오는 게 아닌가. (알고리즘 칭찬해) 

https://www.youtube.com/watch?v=0qSIJfh6eNQ 

 

이이언??? 응?? '못' 보컬이 이이언이라는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 거다. 나이트오프 노래를 들었을 때 떠올린 전율과 함께 말이다. 그제야 검색창에 이름을 넣어봤다. '이이언' '못'.............. 나무 위키는 친절한 설명으로 이들의 존재를 내게 확인시켰다. 

 

보컬 이이언과 기타 지이로 구성된 대한민국의 남성 2인조 밴드였으나, 이이언의 성대 결절로 밴드 활동이 잠시 중단되었다. 이때 지이는 자신을 스카웃한 회사에 취업했다.(이이언의 성대 결절이 지이의 직접적인 탈퇴 이유가 되지는 않았다. 공교롭게도 시기가 맞물렸을 뿐이었다.) [1] 2016년 현재는 이이언의 세션으로 함께하던 이하윤걸그룹 멤버가 아니다!, 유웅렬, 조남열, 송인섭을 정식 멤버로 받아들여 5인조 밴드로 활동하고 있다. 밴드 이름인 '못'은 연못의 못에서 유래한 것으로, 영어로 표기할 때는 무슨 약자마냥MOT가 아닌 Mot로 쓰는 것이 옳다고 한다. 인터뷰에서 물어볼 때마다 본인들이 몇 번이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결론은 내가 들었던 '못'과 '나이프오프'와 '이이언'은 모두 같은 사람이었다는 것. 물론 팀 이름이었다가 본명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얼마되지 않았기에 몰랐던 걸수도. 또 노래들이 다 우울하기 짝이 없어서 가까이 하지 못했던 것 일수도 있겠고. 

 

'못' 이이언의 목소리를 그리워했던 사람들이 꽤 많았던 모양이다. 이들의 노래를 엮은 유튜버들이 꽤 보인다. 모아놓고 보면 목소리나 톤이 확실히 달라지긴 했다. 그 지점에서 나는 의심할 기회를 놓쳤고, 확인이 끝난 지금은 '못'의 그 이이언을 다시 만나게 되서 너무 기쁘다는 얘기. 

 

오늘, 꼭 이 얘기를 하고 싶었다. (노래 다 좋습니다. 다 들어보세요 꼭!)

 

 

 

덤, 김영하, 은희경 작가와 꽤 친분이 두텁고, 헤드윅의 존 카메론 미첼이 '못' 1집 앨범 "날개"를 매우 좋아해 내한공연 때 직접 불렀으며 못의 멤버들을 초대해 만나기도 했다고- 그밖에 다른 흥미있는 얘기도 많은데, 관심있는 분들은 나무위키에서 확인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