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

시간을 거슬러

어진백작 2021. 7. 7. 06:12

 

 세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 나는 이랬다. 예쁘게 단장을 하고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그 큰 공간을 내 목소리로 채웠다. 또각또각 구둣소리를 내며 무대 중앙으로 자리를 옮기던 그 얼마 안되는 걸음들 속에 설렘을 담고 빛나던 순간을 즐겼더랬다. 

 

 예상치도 못한 순간에 이런 사진들이 소환될 때마다 나는 '늙음'을 후회한다.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능력밖의 일인데도 그걸 굳이 원망한다. 이래봤자 돌아갈 수 없는 순간인데도 갈망한다. 

 

 별글 다음 시즌 주제가 '시간'이라 사진첩을 뒤지다가 발견한 사진이다. 40대가 되어도 50대가 되어도 우아하게 늙고 싶었건만, 어쩌다 나는 '악'을 쓰는 아줌마가 되었나. 젠장. 

 

 책상에 앉을 때부터 닭이 아주 세차게 운다. 그렇게 또 날이 밝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