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세계

오마이뉴스에 대한 편견

어진백작 2021. 6. 5. 02:58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47441

지방에서 출퇴근 3시간... 좋아서 그랬습니다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충만했던 출퇴근 길, 벌써 그립네

www.ohmynews.com


일상사에 관한 글도 충분히 기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를 올해 초에 처음 알게 됐다. 물론, 뉴스페이지 1면을 장식하는 정치, 경제, 사회 분야의 기사들과는 차이가 있지만, 내가 기사에 실은 상황이나 어떤 사실에 관해 불특정다수와 공유를 한다는 면에선 다를 바가 없다.

나는 현재, 오마이뉴스에서 <사는 이야기> 코너의 기사를 쓰고 있다. '아이셋워킹맘의 고군분투' 라는 연재로 총 7개의 기사를 발행했고, 최근에는 '오늘의 기사 제안' 시리즈의 한 편으로 '출퇴근 이야기'에 관한 글을 썼다. 3시간이나 되는 출퇴근길을 기어이 하고야 마는 데에는 '살기 위함'이란 절실한 이유가 있다는 주제다. 내가 살기 위해 지방러가 됐다라고 이야기를 풀어놨다.

기사 등급 중에 '오름'(최고등급)을 받으면 오마이뉴스 홈페이지 메인은 물론, 네이버 포털 사이트 '오마이뉴스' 페이지에도 Top 배치가 된다. 조회수가 5000 정도는 기본이고, 악플과 선플에 그대로 노출된다. 오마이뉴스 홈페이지에도 댓글이 달리긴 하지만, 네이버를 통해 보는 사람들의 댓글은 열에 여섯 일곱이 제대로 '악플'이다.

셋째가 백일도 채 되지 않았을 무렵 회사를 나갔다는 문구를 두고 "지금은 몰라도 셋째는 반드시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그것은 당신 몫" 이라고 적어놓은 사람의 악플을 보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신경 안쓰면 그만인 것이 악플이건만... 나도 사람이고, 엄마이기에... 결코 태연할 수는 없었다.

경남 MBC에 다닐 무렵이었다. 출산 후 두 달 정도를 쉬고 회사에 나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당시 메인 작가의 고약한 발언 때문이기도 했고, 프리랜서 신분 상, 더 오래 자리를 비우면 고스란히 잘리게 되는 방송국의 구조 때문이기도 했다. 명확한 이유가 있었지만, 글의 구성 상 굳이 밝힐 필요는 없었고, 그 내용이 비워진 상태로 기사가 발행된건데, 세상에.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다니. 안그래도 이악물고 나갔던 직장이었다. 나라고 그 핏덩이를 두고 회사로 나가고 싶었겠나. 휴우. 그 때 상황을 다시 떠올리면 억울하다 못해 피가 거꾸로 솟아도 모자랄진데, 적다보니 저 기사에서 나는 나하나 살자고 아이를 내팽겨친 철없는 부모로 비춰지고 있었다.

혼자하는 생각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그 말을 내뱉고, 댓글로 확언이라 결정짓는 행위는 글쎄... 내 의견에 확신을 가지는 건 좋지만, 내 의견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는 감안하고 말했으면 좋겠는데... 쓰다보니 너무 감정적으로 빠졌다. 아무튼 조금 상처를 받은 건 사실이다.

이런 댓글도 있었다. 구구절절 내가 쓴 문장에 반박을 하다가, 자신과 생각이 다른 글을 기사로 굳이 발행하는 이유가 뭐냐, 불편하다.  그러곤 한 마디 덧붙인다. '하긴, 오마이뉴스 다운 기사이긴 하네.' 라고 비꼬았다.

이쯤에서 생각해본다. 누구나 특정매체에 관한 편견이 있을 수 있다. 내가 조중동을 쳐다보지도 않는 것처럼, 또 어떤 누구는 '오마이뉴스'를 그런 매체로 볼 수 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판단이다. 날 응원하는 친구 한 명은 '오마이뉴스'를 보다보면 마구잡이로 뜨는 낯뜨거운 장면의 광고들 때문에 덩달아 저급한 매체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자본이 넉넉하지 못한 매체는 그렇게라도 광고 수익을 남겨야 한다)

자신이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상황을 인지하고, 사회를 비판하고,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그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대단한 오류에 빠지고 마는 것. '그럴 수도 있고, 이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어디에나 열어두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이 복잡한 시대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내가 아는 오마이뉴스는 좀 더 현장감이 있는 기사거리가 많은 매체다. 방송작가로 있을 때, 여러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 같은 내용도 다른 신문기사보다 훨씬 깊이가 있었고, '그래서 이건 언제 있었던 일인데?' 가 궁금해서 찾아보면, 다른 기사엔 없어도 마지막 오마이뉴스 기사엔 반드시 있었다. 좀 더 접근방식이 다양하기도 해서 '괜찮은' 기사거리가 많았다.

기본적인 신뢰도가 어느 정도 있는 상태에서 시민기자가 됐다. 내가 초고를 작성하고 여러 번의 퇴고를 거쳐 기사를 송고하면 편집기자가 적정수준의 수정 작업을 해준다. 이 과정에서 내 글이 어떻게 다듬어지는지를 살펴보는 작업이 글실력에 엄청 도움이 된다. 어떤 소재를 선택해야 하는지, 어떤 내용을 필수적으로 담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과정 역시, 글쓰기 향상에 플러스 요인이 된다는 걸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를 하면서 차츰차츰 깨닫고 배워가는 중이다.

얼마 전, '소소책방'에서 주최한 작은서점지원사업 중에서 '사는 이야기'를 담당하고 있는 최은경 편집기자님이 강연자로 나와 방금 말한 팁을 전해주시기도 했다. (이 분과는 '별글'에서도 함께 활동 중이다) 내가 쓴 기사에 관해 의도 자체를 바꾸거나 방향을 훼손시키지 않는 선에서 좀 더 매끄럽게 글을 만져준다. 중간 제목을 뽑아주고, 기사 제목을 센스있게 바꿔주기도 한다. 이리 고마운 멘토가 있다니...

매번 감격한다. 글쓰기 능력을 향상 시킴은 물론이고, 내가 쓴 기사가 누군가의 마음에 공감을 일으켜 그 생각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면 나는 그걸로 만족한다. 그리고 고민을 거듭했던 수고료까지 주어지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글은 절대 그냥 써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작가가 되보니 알겠다. 한 편의 글이 완성되기까지의 노력을 생각한다면 그에 합당한 대가는 반드시 주어져야한다.

내 진심이 조금이라도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오마이뉴스 홈페이지에 있는)악플에 정성을 다해 답글을 달았다. 그리고 다짐했다. 나만의 시각이 아니라 좀 더 여러 각도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말이다.

'작가세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터뷰 요청  (0) 2021.07.14
평생 모르고 싶은 레시피가 있다  (2) 2021.07.03
별글 줌 회의  (4) 2021.05.31
오뚜기 푸드 에세이 공모전 당선  (10) 2021.05.06
임경선 작가와의 북토크  (6) 2021.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