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라 간만에 알람설정을 하지 않고 잠이 들었다. 새벽에 눈이 떠지겠지? 호언장담하고 일어났는데 웬걸. 12시간이나 잤다. 눈을 떠보니 막내는 바디로션을 온 바닥에 칠갑을 하고 있고, 둘째는 공룡 색칠하기 도안을 인쇄해 달라 보채지 않나, 첫째는 그런 동생들을 눈만 뜨고 꿈뻑꿈뻑 보고있더라. 주말 아침이라 참 다행인 풍경이었다.
바쁘다 바뻐. 나는 주말이 더 바쁘다. 세 아이가 북적이는 집안은 그야말로 난장판. 영혼의 반쯤은 덜어내놔야 행동의 반경과 이성적인 판단이 온전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아효! 시간아 어서어서 흘러라~~~
정신없이 보내고 밤 11시가 되서야 아이들이 다 잠이 들었다. 얼마나 이 시간을 기다렸나. '놀다 자야지!' 마음먹고 안방을 뛰쳐나왔다. 드라마 한 편을 틀어놓고 생각없이 손만 움직일 수 있는 간단 작업을 했다. 잉크 소분병에 종류별로 나눠담는 일이었다. 알록달록 손에 잉크들이 묻고 나서야 나란히 줄지어 서있는 병들이 보였다. 너무 좋아. 이런 시간. 잠들지 않길 참 잘했어.
그러다 드라마 대사 중 단어 하나가 머리에 꽂혔다. '땔감'.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쓰이고 있는 땔감은 어떤 게 있을까? 라는 고민에서 시작된 끄적임. 이 밤에 이러고 있다.
분명, 내게도 값지게 쓰고 있는 땔감이 있겠지?! 저 끄적임들은 한가해질 때 마무리지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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