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

중고의 매력

어진백작 2021. 1. 29. 07:35

교체한 새 가스렌지

 

진주 금산면 이 집으로 이사온지도 이제 5년을 채웠다. (하앍! 소름 내일이 5년째 되는 날이네) 20평대 신혼 월세 집에서 살다 대출금 받고 이 집을 장만했을 때만 해도 뭔지 모를 뿌듯함에 어깨가 으쓱했었다. 44평에 단촐한 네 식구.(시엄니, 첫째만 있었을 때) 집이 너무 큰 거 아냐?! 방이 세개니까 여기 우리 안방. 저 끝방은 시엄니 방. 나머지 하나는 시운이 방 만들어주면 되겠네~ 6인용 식탁도 널럴하니까 여유있게 쓰면 되겠다! 라는 말은 5년 전에 했던 말이고. 

 

아이가 둘이 더 늘고 살림살이도 늘어가면서 이 집은 좁디 좁은 공간으로 변했다. 자가격리 때 들인 저 거대한 트램플린, 개어도 개어도 끝이 없이 건조기에서 쏟아지는 마른 빨래들. 버려도 버려도 새로 생기는 장난감들까지. 내 책, 내 가방은 둘데조차 없고 내 방, 내 공간은 아무리 머리를 써도 생기지 않더라. 게다가 살림살이도 영 어설퍼서 발에 치이는 먼지들만 겨우 치우는 정도. 고장난 물건들이 한 두개씩 늘어날 때마다 수리를 하고 하고 또 하는 중이다. 

 

내가 자주 시간을 보내는 주방에선 가스렌지가 자꾸 눈에 거슬렸다. 처음 접한 4구 짜리가 너무 좋아서 맛있는 음식 많이 많이 요리해야지~ (이것도 5년 전 생각) 했었는데, 모서리 틀이 한개 빠지고 두개 빠지니까 그 사이로 들어가는 음식물 떼가 어찌나 싫은지. 아휴. 이놈의 가스렌지를 그냥.... 친정엄마가 집에 온다고 할 때마다 급히 서둘러 하게 되는 가스렌지 청소. 닦아도 닦아도 때들이 잘 안져서 속상했던 날이 많았다. 요리만 열중하고 뒷처리는 절대 안하시는 시엄니와 남편도 내 스트레스의 이유들. 

 

그런 불만을 얼마나 쏟아냈었는지, 이제는 잔소리할 힘도 안나서 기운만 빠져있던 어느 날. 괜찮은 게 떴다며 당근마켓에 심취해 있는 남편이 저 가스렌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30만원 짜리를 10만원에 판데! 어때? 지금꺼보다 청소하기도 훨씬 쉽구~ (그 청소는 어차피 내가 해야할 일인데, 청소하기 편한 가스렌지로 구해줘서 그래 고~~~맙다!!!!) 마음에 안들었던 가스렌지를 교체할 기회. 물어다 주는데 뭐. 내가 하자고 조르는 것도 아니고. 그래! 가져와~ 

 

촬영장에 나가있는 동안 재택근무를 하던 남편이 가스렌지를 설치했다며 사진을 찍어 보내왔다. 세상 마음이 후련하고 이리 시원할 수가 없다. 집에 와서 이리 저리 조작해보니까 더 마음에 든다. 게다가 3분의 1 가격으로 새 제품을 업어왔으니! 잘했다 잘했다 궁디팡팡. 거기서 끝나면 될 것을. (구)가스렌지를 뜯어내니 라면스프가 한 10개는 쏟은 것처럼 더럽더라며....(그거 다 너랑 너의 어머님께서 한 것들이에요.ㅡㅡ'''''' 가스렌지 한 번 닦은 적 없으면서 지적질은!!!)

 

어쨌든 가스렌지 교체 성공!!!

 

 

교체한 새 아이폰

 

기존에 내 휴대폰은 3년 정도 쓰고 있던 LG폰. 2년째쯤 되니까 배터리 소모량이 엄청 빠르게 진행돼 3만원 인가? 주고 배터리만 교체해서 쓰고 있었다. 블루투스 기능도 이 때부터 슬슬 오류가 나기 시작했고, 음악듣는 걸 좋아하는 난 그럴 때마다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알뜰폰 요금제로 바꾸고 2만원대 요금을 낸지는 6개월째?! 우리집 세 식구 합쳐서 휴대폰 요금 5만원 만들기에 성공해 남편은 싱글벙글 하던 중. 거의 3개월 전부터 아이폰아이폰아이폰 노래를 불러오던 내게 중고로도 아이폰이 괜찮더라며 넌지시 얘길 꺼내는거 아닌가. 이게 웬 떡?!

 

휴대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20살 때 부터 근 20년 동안 2G와 안드로이드에 충심을 맡겨왔던 내게는 두려운 선택이었다. 뭐가 까다로울 것만 같고, 잘 적응을 못해서 업무에 지장을 주는 건 아닌가, 괜히 비싸기만 한 건 아냐? 돈을 내고 써야 하는 어플도 있던데?! 페이기능도 없다며? 녹음기능도 없고.... 온갖 두려움 투성이었던 내가 이틀 전 아이폰으로 갈아탔다. 중고 아이폰 11 pro 미드나잇그린. 배터리 효율 92%. 음~ 괜찮은데?! 완전 새거같애! 어머머 터치 기능봐. 세상에. 앱 전환이 어마어마하게 편리하구나~ 사진은 말할 것도 없고. 하하하하하하호호호호호호

 

요금제는 좀 다운 시켜서 3.5G 기본 통화 200분. 폰 요금 더하니까 한 달에 4만 9천원. 3만원이나 요금이 올라갔지만 손에 잡히는 묵직함이나 기능들이 맘에 쏙 드는게 위에 말했던 걱정들은 싸그리 잊었다. 또 다시 24개월 약정이라는 노예제도에 묶이게 됐지만 적당히 잘 알아서 쓰면 더 오래 쓰지 않을까 해서 지금은 대만족. 그런데 당장 김선호가 한지평 버젼으로 모닝콜 해준 음원을 알람소리로 설정을 못해서 끄응끄응. 아.... 이런 불편함은 있구나.....ㅠㅠ 

 

두 중고의 매력으로 나의 삶의 질적수준은 한 73% 상승한 요즘. 예술인고용보험건으로 팀장과 씨름하고 있는 것만 빼면, 다음 주 수요일에 나올 내 영상 작업에 대한 부담감만 빼면.... 꽤, 살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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