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전쟁

나는 나쁜 엄마다.

어진백작 2021. 6. 13. 00:21

온 집 안이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할 때, 아이들이 불쑥 자랐음을 느낄 때,

뿌듯하고 기쁘다. 행복하고 든든하다.

그런데 거기까지다.

 

나는 아들 하나 정성스럽게 키우는 내 친구가 무척 부럽다. 

 

친구는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아주 정성껏 돌보고 키운다. 보여주고 싶은 것, 체험해주고 싶은 것, 가르치고 싶은 것, 엄마란 존재에 자동 탑재 되어 있는 '사랑'을 아낌없이 쏟아붓는다. 1년 365일을 속속 들여 친구의 일상을 체크한 것은 아니지만 느껴진다. 진심으로 아들에게 붓는 사랑과 정성이. 

 

친구와 마음은 같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야, 어떤 부모인들 비교할 수 있으랴. 사랑한다. 내 목숨을 다 바쳐 사랑한다. 하지만 나는 친구네와 하나부터 열까지가 모두 다르다. 

 

요즘 아이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엄마를 세 개로 나눌 수 없잖니. 차지하려고 애쓰지 말고, 다투지도 마. 엄마는 하나야." 

 

아빠가 없는 날, 엄마에게 사랑을 독차지 하기 위한 아이들의 경쟁이 시작된다. 엄마 이것보세요. 엄마 이거 봐바, 엄마 나 이거 어때? 단 한 순간도 가만두지 않고 끊임없이 보여주려고 하고 확인받으려 하고 칭찬받으려 한다. 정말 이것이야 말로 지옥이다. 지옥. 셋째한테서 눈을 떼면 반드시 사고가 터지고, 둘째한테서 눈을 떼면 눈 뗀다고 난리다. 첫째는 이미 익숙한지 알아서 하지만, 그래도 미숙한 점이 많다. 특히 학교 공부는 더더욱. 

 

첫째에게 남에게 뒤쳐지지 않을 정도의 (2등이 아니라 꼴찌) 학습능력과 둘째의 빛나는 창의력에 대한 칭찬, 셋째는 저지레가 곧 엄마의 관심이 필요하단 증거이므로 그 모든 걸 다 받아주고, 다 해주고 싶은데... 나는 그럴 능력이 정말 반에 반도 안된다. 욕심 1도 없다. 나는 내 아이를 어떤 분야의 최고로 만들 생각이 전혀 없다. 그냥 평범하게만, 밝게만 자라주면 되는데, 그걸 해낼 자신이 점점 없어진다. 

 

그래서 친구가 부럽다는 거다. 오로지 내 사랑을, 내 관심을 한 아이에게 정성껏 쏟아부어 줄 수 있는 그 여유가, 그 충만함이 부러워서 미치겠다. 내가 아이가 하나였어도, 방금 한 생각처럼 잘 할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다. 아이와의 '합' 뭐 그런 것도 중요하던데- 몰라. 다 몰라. 

 

어째어째 남들 눈엔 잘 자라는 것처럼 보여도, 그건 내 능력이 절대 아님을 나는 안다. 셋이 인물이 좋은 거야, 남편 덕도 크거니와, 셋이 주눅든 것 없이 모두 밝은 것도 천성이 그러한거지... 나는 요즘 셋이나 낳은 내가 못나 죽겠다. 잘 키우지도 못할 거면서 괜히 신체건강한 거 자랑한 것만 같은 느낌이들어서 부끄러워 죽겠다. 

 

아이들과 있는 시간이 너무 고역이다. 이거 해달라, 저거 같이 하자, 이리 좀 와봐. 에 질질 끌려다니다 보면 하루가 다 간다. 혼자 장보러 나온 시간이 그래서 너무 행복하고 그런 힐링할 시간 없이 애들만 보고 살거라면 나는 벌써 집을 수백번도 더 뛰쳐나갔을 거다.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이 나를 살리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잦은 야근에 요즘 남편 귀한 줄은 잘 모르겠고, 잔소리가 부쩍 늘어난 할머니는 아주 귀가 따가워서 같이 대화 섞기도 싫다. 여름이라 불쾌지수가 높아서 그런가...

 

'효도는 그 때가 전부다'라는 어른들의 말이 소름돋도록 정확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귀염은 다 했다. 저네들 생각을 억지와 핑계를 섞어서 아주 엄마를 들어다놨다 말을 한다. 무시하려고 해도 좀 너무하다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을 할 때도 있는데, 어쩌지. 앞으로는 더더욱 지네들 마음대로 하려고만 할텐데. 나는 그럼 어찌해야 할까. 포기할까? 그냥 내버려둬도 되나? 저지한다고 될까? 대화가 통하기는 할까? 

 

노력이야 하겠지만, 그 노력에 내 인생 100%를 전부 녹일 생각은 전혀 없다. 아이들보다 나는 내 행복이 우선이다. 그래서 나는 나쁜 엄마다.